체코, 프라하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뉴밴앱
예상보다 비싼 암스테르담 숙박비 때문에 네덜란드 일정이 대폭 줄었다. 내가 사랑하는 암스테르담에서 오래 머물고 싶지만 숙박비가 살인적이다. 예전에 혼자 왔을 때는 저렴한 호스텔에서 대충 잤다. 하지만 아직 호스텔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안된 누라에게 16인실 도미토리를 제안할 순 없었다. 게다가 혼성은 내가 싫었다. 대만에서의 안 좋은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의 선택은 이번에도 한인민박이다. 시내에서 기차로 30분이나 떨어진 하루에 인당 50유로짜리 도미토리 한인민박... 그나마 이게 겨우 찾은 곳이다. 덕분에 난 불만이 가득했다. 숙소가 있는 뉴밴앱(nieuw vennep) 역에 도착하기 전 까진...
"와, 여기 뭐 이리 조용해? 아무것도 없네?"
기차에서 내린 내가 누라에게 말했다.
"응 마트도 뭐도 하나도 없어"
누라가 답했다. 그곳엔 정말 드넓은 논과 작은집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좋은데?"
"응???"
그동안 쉴 새 없이 투덜거리던 내가 오히려 좋다고 하자 누라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가끔 기차나 버스로 이동할 때 나타나는 한적한 마을들 있잖아. 딱 그 모습인데?"
내 말을 들은 누라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대답했다.
"그러네 딱 그런 조용한 마을이네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살겠지?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궁금해했던 그런 마을들이랑 비슷한 것 같아."
"응 어찌 보면 여기로 숙소 잡은 게 잘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
"응 정말!"
뉴밴앱(nieuw vennep)의 고즈넉한 논밭과 심심한 마을의 풍경은 지금까지 보았던 유럽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언덕이 없는 네덜란드 특유의 지형 덕분에 볼 수 있는 탁 트인 경치가 더 멋지다. 늦은 밤이면 가로등 불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이곳에서의 3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