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여행을 시작한 지 85일, 반 가까이의 경비를 사용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나 동유럽에서 아낀다고 아꼈지만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상경비는 죄다 최저가를 참고했었고 여행 중엔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많았다. 앞으론 물가가 비싼 서유럽에 있어야 하니까... 최초에 생각한 300일은 무리일 것 같다. 사실 300일은 아무런 근거 없이 세운 나만의 목표였다. 그냥 그 정도 놀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다.
방콕에 있을 때 어떤 여행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누라와 나는 여행을 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잡아가고 있다. '돈을 아껴 오래 여행을 할 것인가? vs 일정이 짧아지더라도 즐길 것 다 즐기면서 여행을 할 것인가?'의 승자는 결국 후자였다. 프롤로그에 언급했듯, 원 없이 놀아보기 위해 나온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돈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펑펑쓴다거나 한것은 아니다. 심야버스나 야간열차를 이용하면서 숙박비를 아꼈고 에어비엔비에서 밥을 해 먹으며 식비를 절감했다. 외식을 할 때는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케밥이나 피자를 주로 사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고 누리고 싶은 것엔 아낌없이 투자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여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0일이 될 수도 300일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 더 적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300이라는 근거 없는 숫자에 압박을 받지 말아야겠다. 애초에 우리의 목표는 300일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신나게 놀기 위해 나왔다. 그것이 목표였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요즘이다. 생각보다 한국에 빨리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목표를 이루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