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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Jun 26. 2024

형, 나 망하면 어쩌지?

나에게는 정말 가까운 사이의 형이 한 명 있다. 같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의 친형은 아니고 아버지들끼리 친한 친구사이라 어려서부터 자주 보며 자라온 한 살 터울의 형이다.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같은 학교의 선후배관계로도 다니게 되며 계속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흘러 우리는 성인이 되고,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며 계속 더 가까워졌고 이제는 서로의 비밀이 없을 정도가 되었고 지금도 사소한 이야기로도 자주 전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주변사람들은 쟤네 둘은 전생에 부부였을 거야 하며 말을 한다.



 나와 형이 각자의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 쉬는 날 형의 연락을 받고 만나러 갔던 날 형은 긴장한듯한 모습도 있었고 신나 보이는 모습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이던 형은 나를 보고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가게하나 하려고"


그 말을 듣고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무슨 가게를 하냐고 그렇게 싫다던 직장 드디어 때려치우고 장사하는거냐며 내가 더 들떠서 물어보았었다. 당시의 형은 대단한 가게는 아니고 작은 편의점 할 거라고 주위에 얘기하지 않고 조용히 장사하려고 한다는 말만을 남겼었다.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그 당시의 형은 정말로 주변에 편의점을 한다고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직장을 그만두고 편의점만 관리를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내가 계속 직장생활을 유지하던 때 드디어 때가 되었다며 형을 만나 장사를 시작한다고 말을 하였다. 당시의 모습이 서로에게 반대된 모습으로 이야기하였다. 형은 들뜬 모습으로 나에게 어떤 가게를 할 거냐며 물었고 나는 고향으로 내려가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오픈할 거라고 말하였다. 고향에서 하는 만큼 고향친구들이 많이들 찾아주겠지? 벌써 기대가 된다는 나의 말에 형의 표정은 어쩐지 조금 씁쓸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나는 가게를 오픈하였고,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고향친구들이 정식 오픈날 전에 매장에 방문하였다. 20년을 넘게 봐온 친구들이었고 평생 함께할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생각되었던 친구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정말 축하한다는 친구도 물론 있었고 메뉴들을 먹으며 음식이 다른 사람이 만든 것만도 못한다는 말을 하는 친구 이렇게 차리면 얼마 들었냐는 말을 하는 친구 고향친구들끼리 돈을 조금씩 모아서 축하금과 화환을 해줄 때 자기는 따로 해줄 거니까 너희끼리 주라고 말하고는 이후로 입을 싹 씻어버리는 친구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은 가오픈을 보내었고 이후로도 고향친구들의 안타까운 행동들은 계속되었다. 매장에 있는 콜라를 가져간다던지 새벽까지 장사를 하고 자고 있을 때 오픈시간도 아닌 아침 일찍 전화를 해서는 가게 문을 열라며 전화를 하고, 저녁시간 가장 바쁜 시간에 전화를 하더니 "닭 한 마리 튀겨서 가져와봐"라고 말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말투에 조금 기분이 나쁘기도 하였지만 지금 바쁘니 가지러 와주면 안 되겠냐는 나의 말에 "장사 그딴 식으로 하지 마라"라고 대답을 하였다.



장사를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모든 스트레스가 친구들로부터 오고 있었다. 믿었던 친구들이었던 만큼 나를 무너뜨리기도 굉장히 쉬웠다. 자존감이 조금씩 내려갈 때 나는 형에게 전화를 하였다. 


형과 만나 그간의 이야기들을 하였고 형 또한 가게를 차릴 때 비슷한 상황들이 있어서 주변에 이야기를 하지 않고 조용히 매장을 차렸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지금껏 무너져 내린 자존감을 가지고  형에게 말했다.

"형 나 이러다 망하면 어쩌지?"

형은 잠깐의 고민도 안 하고 곧장 대답해 주었다. "야! 망하면 뭐 어때 우리가 다른 데 가서 일 못하겠냐? 안되면 우리 가게 와서 일해! 형이 써줄게! 당연히 시급은 최저! 대신 밥이랑 술은 매일 사줄게!"


그 당시의 형의 망설임 없이 말한 대답에 나는 무슨 힘이라도 난 듯 친구들의 말들도 행동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친구들을 오히려 걸러내기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시간도 많이 지났고 나는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나를 시기하던 친구들의 바람에도 나는 아쉽게도 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형 밑에 들어가 일을 하지도 공짜로 밥과 술을 얻어먹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도 형과의 사이는 각별하게 지내고 있고 장사초기에 나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친구들과의 인연은 완전히 끊어버렸다. 종종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관심도 가지 않는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형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고 든든하다. 요즘 우리는 망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매번 우리 뭐 먹지 우리 이번에 뭐 할까를 고민한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부정적인 생각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두껌껌할 수밖에 없다.


별거 없다. 부정적인 사람을 멀리하고 남을 시기질투할 시간을 과감히 버려버리자 우리의 시간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더 긍정적인 생각과 시선으로 이 세상을 더 밝게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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