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가 끝나는 시간쯤이 돼서야 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퇴근 후 배가 고프면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당을 찾고는 한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식당의 사장과 직원들은 대부분 한가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고, 그런 적막함을 깨뜨리며 입장하는 나를 보며 식당의 사장님들은 대부분 반가운 사람을 보듯 미소를 보이며 맞이해주시고는 한다.
이렇듯 늦은 시간에 식당을 찾는 생활이 익숙해진 나였지만 예상치 못한 날 단체주문을 맞이하였고 평일이라 주말만큼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재료소진으로 저녁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던 날이 있었다. 저녁시간에 찾아주는 고객님들께는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평범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내심 기분이 좋기도 하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친구를 만나 도심의 고깃집에 방문하였다. 평일 저녁시간 고깃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마치 시장통처럼 시끄럽고 북적거렸다. 정신없던 그 순간이 어쩐지 즐겁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내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자리가 어느 회사 한 부서의 회식자리였다.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회사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가 자리가 가까운 만큼 내 귀에 다 들리고 있었다.
나도 친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옆테이블 회식자리의 우두머리 같은 남성의 말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자! 자! 우리 이번에 신입도 들어왔는데 건배사 한번 해야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오.. 건배사 저거 엄청 부담스러울 텐데 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남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참! 이제 이런 거 하면 안 되지! 자 그냥 다 같이 건배합시다~ 건배!"
작은 충격이었다. 이제 건배사를 하면 안 된다니! 모든 회사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건배사 없는 회식자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내 몸에 딱 맞기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의 어정쩡한 핏의 정장을 입고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 입사 첫날 자기소개를 하던 그날이 집을 가는 내내 생각이 낫다.
처음 입사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준비도 안 된 상태로 자기소개를 하며 갑작스러운 질문들을 받으며 당황했던 그날 특기는 뭐냐, 취미는 뭐냐, 애인은 있냐 등등 각종 질문도 받던 그 시간을 보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건배사를 하게 되었고 그나마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하던 건배사가 생각이나 그날의 첫 회식의 건배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회식을 한다고 하면 막내였던 나였기에 보나 마나 회식자리에 도착해서 몇 잔 먹으면 나부터 건배사 시키겠지 하는 생각에 미리 인터넷에 건배사를 몇 개 외워가고는 하였는데 이제 사회초년생들이 이런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는 게 어쩌면 참 다행이겠구나 싶었다.
바뀌어가는 세상의 흐름과 트렌드들을 보면 예전에 상상만 하던 그런 일들이 요즘은 정말 일어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많이도 변해버린 요즘 시대를 예상하듯 이야기하던 노래가 있었다.
DJ DOC - Doc와 춤을
가사 중-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당시에는 그 누구도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말하던 가사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정말 청바지를 입고 깔끔한 모습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무더운 여름에 맞추어 학생들이 반바지를 입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