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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제이 Mar 23. 2019

100가지 꿈에 도전한
가슴 뛰는 청년의 이야기

에피소드 14.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다

250km 사막 마라톤 대망의 1일 차, 33개국 107명의 선수들이 오리엔테이션에 모였다. 


1일 차, 함께 만난 선수들과 말은 제대로 안 통하더라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출발 30분 전 다 같이 화기애애하며 사진도 찍고 웃는다. 그리고 출발 5분 전 다들 눈빛이 변하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렇게 3,2,1 소리가 들리고 출발 함성이 들리는 순간 다들 엄청난 속도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니, 다들 뭐 이렇게 빠르지 하면서 나도 그들 뒤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13kg 무게의 배낭은 타이트하게 조여도 왜 이렇게 출렁거리는지 안이하게 대회 준비를 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45km쯤 달려서 1일 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2일 차, 전날과 똑같이 상대방 페이스에 맞춰서 뛰었고 조금씩 몸의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나의 왼쪽 무릎은 이미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3일 차부터는 조금씩 두렵기 시작했다. 남은 4일을 어떻게 내가 뛰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왼쪽 무릎 통증을 참고 3일 차를 마무리했을 때는 다리도 붓고 어깨도 쓸려서 붓기 시작했다.


4일 차에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침낭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그 순간 나의 레이스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간신히 왼쪽 무릎을 움켜잡고 출발선에 설 수 있었고 

이제는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사막 레이스 4일 차에서 '스위퍼'라고 하는 스태프들과 동행했다.

‘스위퍼’란 고비사막 코스가 250km을 뛰다 보면 길을 잃는 사람이 많아 20m마다 분홍색 깃발로 표식을 해두는데 이것을 나중에 방치하면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니 '스위퍼'라는 스태프들이 마지막에 따라가면서 깃발을 회수한다. 즉, 내가 꼴등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사막을 걸으며 백사장에 한 마리의 개미가 된 것처럼 광활한 사막에 매혹됐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이렇게 멋진 대자연을 눈앞에 두고 3일 동안 못 느끼고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 놀랬다. 지금 부상에 맞는 나만의 페이스로 가니 이렇게 대자연의 위대함도 느끼고 처음으로 이곳 레이스에 출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에는 나는 어떻게 빨리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생각해보니 대회 입상도 할 수도 없는 실력인데 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달렸을까?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무리하며 치열하게 뛸 이유가 있었던가 싶었다. 

그냥 나만의 페이스로 최선을 다하면 됐는데 왜 주변 선수들의 눈치를 보며 뛰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과열된 경쟁 속에 있었고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인생의 낙오자 가로 찍힐 것처럼 도태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나 또한 성공하려면 한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사막을 걸으며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내가 참 어리석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내 인생에서도 나만의 페이스가 있는데 왜 그렇게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가며 살았을까? 

왜 그렇게 경쟁 속에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을까?

나는 나만의 페이스로 나아간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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