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4. 나에게 죽은 삶이란?
소시지 공장에서 일한 지 10개월 됐을 즈음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떻게 나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비트코인으로 돈 다 잃고 또다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보다.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너 요즘 살아있니?” 잘못됐을까 봐 전화했다고 한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너나 잘해. 나는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야. 너 이야기 친구들한테 다 들었다. 비트코인으로 돈 다 잃었다며? 작년에는 뭐 실패하고 사고 나서 이것저것 일하길래 그것 끝나고 한국 돌아올 줄 알았다.”
“나도 돌아가려고 했는데 또다시 돈을 잃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야 정확히 얼마 잃었어?”
“1억 4천”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잃었냐?
“어. 정말 한 푼도 안 남고 다 잃었다. 50만 원 남은 거 월세비 내고 끝냈다.”
“네가 사람이냐? 넌 절대 그럴 애가 아닌데 어떻게 된 거냐?”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지훈이는 탐욕에 눈이 멀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데 돈이 절박한 사람 눈 앞에 돈이 왔다 갔다 하니 판단이 안서더라. 결국 나는 돈에 사로잡혔고 사리분별을 못했던 거지. 그 옆에 누군가가 그만하라고 말했어도 나는 오히려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투자하라고 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나는 1억 4천이라는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녔다고 생각해. 그러니 다 잃은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친구야. 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1억이 넘는 돈을 가졌을 때 내가 버킷리스트에 뭐라고 썼는지 아니? 2억 천 7백만 원 자리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양평에 100평짜리 정원이 달린 주택 썼다. 이게 모험가라는 꿈을 가진 청년이 쓸 리스트냐? 그때의 나는 도전을 계속 미루어왔어. 산악자전거 대회 나가기 낙차 해서 혹시 잘못되면 내 돈 다 못쓸까 봐 미루게 되고, 말 타고 몽골 초원 달리기 낙마하면 다칠까 봐 미루게 되더라. 그런데 다 잃고 1년이 지나고 보니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라."
내 가슴속에는 가족들이 모르는 비트코인 계좌가 들어있었고 그때의 나는 분명 가슴이 뛰지 않는 삶이었다.
나에게 가슴 뛰지 않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다시 일어서기로 했다. 나의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