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내리며 종일 당신을 생각해야 했다

by 석지호

선물을 골라야 했다. 참 어려운 일이었다. 별 대책 없이 마트에 들어선 것을 후회했다. 대체 무엇을 사야 할지 전혀 감도 못 잡은채로 다리가 아플때까지 목적 있는 방황을 했다. 머리가 아파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서점에 들어서 휑한 곳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새 책 냄새를 맡으며 선물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선물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받았을 때 조금은 놀란 목소리의 느낌표가 입에 오를 만한 것을 원했다. 우와라거나 어머와 같은 조금 요란한 감탄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너무 흔해서 갖고 있을 법한 것들은 곤란했다.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것보단 당신과 어울리는 것을 찾아야했다. 내가 당신을 이만큼 생각했다는 그런 증명을 선물에 칠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붙잡고 당신과의 짧은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억해내려 했다. 타인을 외우려는 벅찬 습관은 이런 곳에서 가끔 도움이 되곤 했다.


또 반대로 선물은 마음을 붙잡지 않는 것이어야 했다. 너무 실용적이어서 늘 쓸만한 것이어서는 안 됐다. 내 선물을 당신이 항상 사용하지 않길 바랐다. 나는 당신이 아주 가끔 지나가다 내 선물을 보고 날 기억하길 원했다. 곁에 있는 것은 결국 무뎌지는 것이다. 계속 옆에 두고 쓰다 내 선물임을 잊을 것이 두려웠다. 너무 비싸거나 귀한 것도 피해야 할 것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몰래 선물의 가격을 검색하고 내게 값이 맞는 비슷한 선물을 찾아야만 하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다. 그랬다간 내가 너무 슬퍼질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당신의 말이 생각났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말. 맥주 탄산 옆에서 했던 대화라 찬 바람처럼 잊혀졌었던 참 짧은 말이었다. 나는 그 대화 이후로 당신이 글을 쓰기는 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그래도 만약 당신이 바쁜 삶 속에서 가끔이나마 글을 쓴다면 그 글에서 자신과 닮은 향기가 나길 바랐다. 그래서 조금은 밋밋한 그러나 조금은 따스한 향이 나는 책 향수를 샀다.


그리고 글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아주 적당히 들어갈 만한 카드 위에 글자 몇 자를 내렸다. 글은 말과 다르게 눈에 남는 것이라 양파처럼 아리고 슬픈 글자를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 글은 말과 다르게 늘 읽을 수 있은 것이라 생강처럼 텁텁한 글자나 고추처럼 매운 글자를 걸러냈다. 그렇게 완성한 짧은 글에 가끔 홀로 쓰는 내 향수를 뿌렸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포장을 했다.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내리며 종일 당신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선물을 건낼 때는 별 거 아니라는 표정과 함께 적당한 것을 고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예정이었다. 그것으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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