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아직 잊지 못했다

by 석지호

다시는 오지 않을 따스한 활자들을 내려다보며 그날을 떠올렸다. 이 곱씹음의 시간이 찰나가 될 때쯤 잊었다고 하겠다. 그러니 아직 잊지 못했다.


눈물로 글을 쓰면 언젠가 마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먹먹한 종이에 당신 없는 삶 언저리의 나날들을 눌러 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그렇게 글을 남기는 것뿐이었다.


내가 멈추어 있는 것과는 다르게 시간은 계속 갔고 어느덧 저녁 냄새가 났다. 무너지는 해를 보며 걱정이 함께 저물기를 바랐다. 글은 짧으나 슬픔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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