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록에 익숙해진지는 꽤 되었다. 번호를 누르고 들어서자 일회용 용기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언제 주문했는지도 모를 말라비틀어진 음식 찌꺼기들이 플라스틱에 가득했다. 플라스틱을 보면 늘 어느 정도의 답답함을 느꼈다. 그들은 항상 쉽게 쓰이고 쉽게 버려졌다. 나는 어떤 누구에게도 플라스틱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용기를 모아 설거지를 해 쌓아 두었다. 한두 번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보고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은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메신저로 우유 하나 사 오라는 말을 보낸 다음 식빵을 구웠다. 식빵 위에 햄과 치즈를 올리고 몇 가지 야채를 쌓았다. 더 올릴 것을 찾다가 그럴 여력이 없어 쓸쓸하게 빵을 덮었다. 설거지를 하려다가 문득 양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칼에 물을 묻혀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얇게 썰어 찬물에 넣었다. 당신은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 음식에 넣는 양파는 물에 미리 담가 아린 맛을 빼 두고는 했다.
물에 널브러져 있는 양파를 보며 찬물에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내 몸 구석구석에 새겨진 간절함이며 절실함이며 애절함 같은 것들을 빼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린 것보다는 독한 것에 가까웠기에 차가운 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은 가끔 나를 독 품은 뱀 같다고 했다. 살고자 독을 품던 뱀은 다행히 겨울을 넘겼다. 똬리를 풀고 밖에 나가니 독 때문인지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어울려 살려니 막상 독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웃으려 입을 올렸는데 독니가 보였다.
생각을 멈추고 양파를 꺼내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뺐다. 덮었던 샌드위치를 열어 양파를 올리고 냄새를 맡았다. 매운 향은 나지 않았다. 샌드위치 두 개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앉아 기다렸다. 우유가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당신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