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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지호 Dec 03. 2020

오늘부터 당신은 소년이 아니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다. 함께할   자를 오전 내내 생각했지만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름  글자를 남기고 도망쳤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낯선 눈동자만 보였다. 오랜만에 입은 정장 위에 어색함  벌을  껴입고 당신을 만나러 갔다.

결혼식에  적은 많았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당신의 결혼식이었다. 조명 아래 있는 당신은  어른스러워 보였다. 오늘부터 당신은 소년이 아니었다. 나는 남자 어른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했다. 그래서 친구였던 당신에게 다가가는 길이 너무 길다고 느꼈다. 악수를 했고 너스레 끝에 축하를 빌었다.

뒤돌아 나오며 정장이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주변 모든 것이 높고 넓어 보였다. 나는 어른들 사이에  어른인 채 하는 어린아이 일 뿐이었다. 자녀 양육이며 집값이며 결혼 상대와 같은 위대한 대화 주제에  수가 없었다. 아직도 나는 바라는 꿈이 있었고 사랑 앞에선 계산하지 않았고 가끔의 낭만을 바랐다.  모든 것이 마치 어린아이 코 푼 손수건처럼 느껴졌다.

결혼식을 끝까지 보고 나왔다. 당신은 나아가고 나는 멈춰 있었다. 배가 조금 고팠지만 받았던 식권을 놓아두고 달아났다. 구두를 고쳐 신고 심호흡을 했다. 슬픔이 벚꽃처럼 흐드러졌다. 지나온 인생을 떠올리며 표정이 이지러졌다. 바람이 불었다. 언제고 바람은 불지만 오늘은 달랐다. 꽃잎  점에 함께 밀려온 봄은 한숨  품을 품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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