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Days, Except for One
이번 가을 학기는 순조롭게 시작했다. 한 가지 과목 (One course prep)을 가르치니깐 수업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됐다. 하나 추가 과목이 있지만 그만큼 약간의 추가 보수도 받고 8주 온라인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 가르치는 온/오프라인 총세션의 학생 수가 192명이다. 학생들도 예전보다 훨씬 수업에 참여도가 높았다.
이번 학기 기간 동안에는 학회 대신에 프로젝트 출장을 갔다. 실리콘밸리에 초대되어 두 번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스타트업과 일하는 보람과 즐거움도 가졌다. 학계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기술 기업의 투자와 시장 확장 기회를 자문하는 일은 실제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Launching)하고 매출 혹은 투자 금액, 실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기에 현장감도 있고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끼는 보람이 더 크다.
박사 졸업 논문도 여러 번의 탑 저널의 거절 후에 드디어 꽤 높은 저널에 Revision 1 단계에 들어가면서 수정을 하게 됐다. 다른 하나의 저널도 R&R1 수정을 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두 개의 저널을 출간(publish)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올 가을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마운 지인 교수님들의 조언 속에 서류 준비도 잘 되었고, 화상 면접 (Zoom interview)과 캠퍼스 방문 인터뷰 (On-Campus visit)도 진행했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은 지금 가르치는 과목과 동일한 수업을 가르치면 되고 그동안 해왔던 연구방향이랑도 맞아서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같이 있을 교수진들 (Faculty)와 임직원 (Administrators)들의 인상도 좋아서 여기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위치도 마음에 쏙 들었다. 서부가 항상 편하고, 특히 북가주 베이 지역은 아직도 미국에서의 제2의 집 같은 느낌을 주는 지역이지만, 이번에 동부를 가서 동부의 매력을 발견했다. 특히 뉴욕과 가까워서 La Guardia (LGA) 공항을 이용했는데, 미국에서 티셔츠에 청바지나 반바지만 입는 걸 봐온 서부와 달리 패션 센스 좋은 멋쟁이들이 많은 동부의 새로운 에너지에 매료됐다.
운수 좋은 날들 속에 끼어든 한 통의 메일- Rejection
TO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어서 웬만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대략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의 인터뷰가 다 끝났을 거라고 생각한 시점에 Follow up 이메일을 보냈다. 금요일 오전, 아쉽게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더 가까운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메일을 받게 됐다.
거의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캠퍼스 방문 때 받은 인상으로는 거의 된 거 같은 분위기와 느낌이었는데 누가 어떤 목소리를 내서 결정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아쉬운 마음과 별개로 알려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보냈다. 지원한 학교 과에 마침 한국 교수님들이 두 분이나 있어서, 교원 채용 위원회 (Search committee)에 있던 분께 피드백을 정중히 여쭤보았다. 아무래도 근소한 차이로 안된 듯싶다.
이틀 동안 생각도 정리할 겸 잠시 일을 손에서 놓았다. 커피가 유명한 카페에 가서 Cortado (스페인식 라테)를 마시고, 다운타운에 가서 걷기도 하고, 다음 주 추수감사절(Thanksgiving)에 초대받은 식사 자리들에 가져갈 과일들을 사기 위해 코스트코 가서 장을 보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도 했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봤다.
채용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과 면접 빈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과정은 너무나 시간도, 신경도, 에너지도 많이 쓰이는 일이다. 직업을 검색하고 Cover letter를 쓰고, Research statement, teaching statement도 쓰고 지원을 해서 1차 서류 통과를 하면, 2차 화상 면접을 하고, 3차 캠퍼스 방문 인터뷰를 해야 한다. 3차 캠퍼스 인터뷰는 보통 3일은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틀은 공항을 가서 비행을 하는 출장 여행길에 시간이 들어가고, 인터뷰 당일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30분 단위의 릴레이 인터뷰와 수업 데모 (Teaching presentation)과 연구 발표 (Research talk)를 해야 한다. 그래도 캠퍼스 방문까지 가야 면접 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교수 1명을 채용하는데 3명의 방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지막 방문 면접은 3:1의 경쟁력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들도 있다. 다시 한번 이직 준비를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점, 연구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빈도를 높여서 확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 취업과 이직을 준비했던 친구들도 그동안 얼마나 실패의 고비를 마셨는지 떨어진 회사의 리스트를 보여줬다. 인생이 항상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깐 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 있는 곳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곳이지만 더 좋은 위치로 가고 싶어서 이직하는 거니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 가지 크게 바라는 부분은 내년 가을에는 인디애나를 벗어나서 다른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