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수업 커리큘럼 디자인을 하면서 학과 사람들과 미팅을 마치고 대화를 나누던 중, "How do you like Indiana (인디애나 사는 거 괜찮아요?)?"라고 물어본다. 마음속으로는 '이 중부 시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요'가 있었지만, 사회생활 대답을 했다. "It's been ok- this is my favorite season of the year- fall color changes. I've been exploring other cities around here.(요즘 날씨도 좋고 근처 도시들 가보면서 지내요)."
가족이 있다면 조용하고 안전하고 물가도 미국에서 저렴한 중부는 아이를 키우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싱글'로 중부 시골에 산다면, 다른 이야기이다.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연애를 하기에도 보수적인 백인들이 많은 인디애나는 누굴 만나기도 무섭다.
중부가 친절한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KKK (The Ku Klux Klan - 미국 극우 백인 우월주의)의 중심 본부 지였고 워낙 다양성이 없는 곳이다 보니 친절한 표면 아래의 진심은 알 길이 없다. 지금도 옥수수 밭을 운전하고 지나가다 보면 트럼프의 비이민정책주의를 지지하는 표지들을 볼 수 있다. 확실히 공화당주 (Red state)의 분위기는 대부분의 큰 도시가 있는 민주당주 (Blue state)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제 2년 차를 지내면서 중부 생활은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거 같다. 일을 하고 내가 현재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 살든지 간에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살아가는 요령이다. 요즘 혼란스러운 미국 정책과 시장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로서 내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공원을 걸으면서 자연 느끼기. 주말에 조금 멀리 나가서 코스트코 가서 장보고 예쁜 카페 가서 커피나 브런치 하기. 주변 도시 구경하기 -최근에는 켄터키 루이빌 (Louisville, KY)과 테네시 네슈빌 (Nashville, TN)를 가보았다. 사람이 귀한 곳이기에 나랑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운이 정말 좋은 것이고, 사람 관계 스트레스 0 인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도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싱글이니깐 여름, 겨울방학에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좋은 라이프스타일이다. 한국에 갈 12/6 디데이 카운트를 하니 이제 정말 8주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작년보다는 더 나은 가을 학기를 보내고 있다. 중부에서 가을학기보다 더 힘든 건 봄학기이다. 겨울은 춥고 길고 어둡고 할 것도 없다.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지만, 이곳은 도시 문화생활공간이 없는 곳이다 보니 할 게 정말 없다. 장 보는 게 제일 재밌다고 해야 하나. 봄학기가 1월부터 5월인데 1-3월까지는 춥고, 4-5월까지는 비바람이 미친 듯이 분다. 이때 우울증이 잘 걸릴 수 있으니 비타민 D와 마그네슘을 복용해야 한다고 한다. 심한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친구들도 있다.
중학교 때 처음 교환프로그램으로 온 곳은 캔자스 (Kensas)였고, 가족이 함께 대학 유학을 온 곳은 미네소타 (Minnesota)여서 중부 생활은 잘 알만도 한데 적응은 어렵다. 간혹 애리조나 (Arizona)에 사는 동생들이나 중부에 살아 본 적 없는 (내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벨기에 지도교수님은 인디애나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It's like living in the Midwest." 미드웨스트 중부에서 사는 삶이 어떠냐고 한다면,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가족 중심적인 생활 (아니면 할 것이 없음),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으면 너무 좋고, 아주 단조롭고 자극이 없는 곳, 음식이 맛없는 곳이다.
인디애나에는 좋은 유명한 주립대가 두 곳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유학을 오게 되는 경우도 많은 곳일 것이다. 한국에 산다면 미국 중부의 삶을 상상하고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워낙 넓으니깐 사실 안 살아보면 미국에서도 다른 주에서의 삶을 알기가 어렵다. 나도 살아보고 자주 가봤던 서부와 중부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만, 동부와 남부 삶은 알 수 없다. 미국 어디에서든 사는 동안 내가 사는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요소들 - 시간과 관계-에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요령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