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에 시작한 가을 학기, 이제 공식적으로 2년 차 강의를 하고 있다. 미국 학교는 Academic Year (AY)로 1년을 계산하기 때문에 가을학기부터가 시작이다. 그래서 미국 대학(원)의 원서도 가을학기에 받고, 큰 대학의 다음 해의 임용도 1년 전 가을 학기에 보통 시작한다.
학부생들을 가르치면서 아들 정욱이보다 2-3살 많은 입학생들이다 보니 요새 부쩍 아이들로 보인다. 처음에는 성숙된 외모(?)로 아이들인지 모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등학교에서 갓 졸업해서 대학에 들어온 아이들의 귀여운 면모들이 보인다.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는 대답을 잘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어떤지 잘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혹시나 틀린 답을 할까 봐 그런지 강의실이 조용했던 것 같다. 미국에서 가르치다 한국에서 특강이라도 나가게 되면 너무 조용해서 대답을 끌어내고 참여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다른 교수님들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도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학기 중에 과제를 해나가면서 학생들에 대해서 더 알게 된다. 애리조나와 인디애나 주에서 가르쳐보면 다양성도 다르고 학생들의 생활 수준이나 관심사도 다른 것 같다. 인디애나는 중서부에 농장이 많은 곳이다 보니, 작은 마을에서 오거나 농장에서 커 온 아이들도 있다. 미국 학생들에게 스포츠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도시보다는 놀 것이 적어서 그런지 미식축구, 테니스, 피클볼, 골프 등을 한다. 음악 연주에 빠진 친구들도 많다. 한국에서 취미를 가지기 어려운 입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의 관심사도 많이 보게 된다.
경영대라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많다. Gen Z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분에 관심이 더 많아서 그런지 financial advisor가 되고 싶은 친구들도 꽤 있고, 주식을 어렸을 때부터 하는 학생들도 있다. 대부분 이 친구들은 금융 전공이 많다. 학생들의 태도나 말하는 것을 보면 전공별로 풍기는 이미지가 달라서 신기하다. 금융 쪽 전공 친구들은 좀 더 정제된 느낌이라고 할까.
인디애나에는 애리조나와 다르게 construction이나 property management에도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다. 아무래도 인디애나는 큰 회사들이 적어서 그런지 향후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 전공에 있는 아이들이 공사/건설 쪽이나 자산/부동산 관리로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주가 다른 주보다 비교적 부유하지 않고 학교도 R2 (교육 중심)이라서 그런지 학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통 학기 중에는 레스토랑 서빙이나 상점에서 캐쉬어를 하는 친구들이 많고, 회사를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라티노/ 히스패닉 계열 학생들은 인디애나에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 First generation (가정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온 세대)이다. 이 친구들은 열심히 하고 싶어 하고, 이민 와서 힘들게 일하는 가족들에게 교육을 통해 도움이 되는 자리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애리조나나 캘리포니아에는 워낙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커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인디애나는 어떤지 모르겠다. 스페인어를 하는 건 큰 장점이니 졸업해서 인디애나를 벗어나 더 큰 커뮤니티가 있는 서부로 가는 방향도 추천해 줬다.
학생들의 관심사나 환경을 알아 가면서 조금 더 힘을 빼고 가르치는 요즘이다. 대학에서 은퇴하신 아버지께서는 절대평가라면 점수를 다 잘 주라고 하신다. 좀 더 유연하게 보고 점수도 후하게 줄 수 있게 해야겠다. 채점/평가 기준표 (Rubric)가 있지만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채점할 때마다 더 "점수를 후하게"를 새겨본다. 본인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당연한 이치를 경험하고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