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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an 03. 2025

친해지길 바라


2024년은 나에게 의미있는 해였다. 작가로서 첫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작가'로 불리기도 했으며, 처음으로 서점에 내 책이 있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나의 책이 몇 백권 팔려서 모르는 사람이 날 알아보기도했다. 또한, 출판에 모든 작업도 나에게는 첫 경험이었다. 

작가가 된 후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에세이로 시작했으니 5년 안에는 소설가로도 데뷔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 해 말부터 '소설'을 써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소설을 쓰는 여정은 나에게 아주 큰 고난으로 다가왔다. 


무한도전에 멤버 중 정형돈과 하하는 안친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무한도전에서 서로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친해지길 바라'라는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적이 있다. 어색한 둘이 만나서 단짝끼리 할만한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 또한 소설과 '친해지길 바라는 프로젝트'가 필요함을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날 우울하게 만드는 게 나의 하루 일과 중 '소설쓰기'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처방을 내린 것이다.



소설과 친해지길 바라



첫 번째, 하루 세번 인사하기

내가 첫 번째로 생각해낸 방법은 일명 '하루 세 번 인사하기'다. 친해지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인사기 때문이다. 소설은 다른 글쓰기 분야와 다르게 우리 삶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 그 세계에 바로 푹 몰입되고 빠지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부터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그냥 무엇이든 좋으니 내가 쓴 소설 습작글을 아침,점심,저녁으로 세 번씩 봤다. 조용히 읽기도하고 가끔은 소리내서 읽어보기도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한 번쯤은 눌러앉아서 수정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두 번째, 무한칭찬감옥에 가두기

어린 아이들은 모든 행동에 칭찬을 받는다. 잘 먹기만 해도, 잘 걷기만 해도, 잘 자기만 해도 부모님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는 그 칭찬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무섭고 험한 세상에 살아갈 용기를 얻게되는 것이다. 소설을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습작생에게도 이 방법은 꽤 유용했다. 난 내 자신을 무한칭찬감옥에 가두었다. 내가 소설에 관련되서 하는 모든 행위를 칭찬했다. (적어도 습관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작전을 써보기로했다) 소설을 읽기만 해도, 한 줄이라도 쓰기만해도, 한 줄이라도 수정하기만해도 하물며 소설에 대한 생각을 하기만해도 난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러자 소설 좀 써보고 싶다는 용기가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세 번째,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기

마지막은 소설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내가 에세이로 1년 안에 작가데뷔를 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건 작가 수업으로 강제성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그 안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선생이 있어서 빠르게 갈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도 그 강제성 때문에 난 하루도 빠짐없이 몇 달을 매일 글쓰는 사람으로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소설도 수업을 통해 꾸준히 쓸 수 있는 울타리를 당분간은 쳐주기로 했다. 





2025년에는 반드시 소설과 단짝친구가 되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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