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1 2:13)
오늘이 어제로 가기 직전, 오늘의 뒤를 이을 내일을 아주잠깐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후회와 허망함이 가득한 채 어제의 자리로 가야 했다.
오늘은 내일에게 당부했다
잘 해주어야 한다-
내일은 아무것도 확실히 답할 수는 없었지만
오늘보다는 더 나은 오늘이 되겠노라고 마음을 다잡을 순 있었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변화의 영역이다. 가능성의 영역이다
내일은 미지의 영역이고,
어제는 불변의 영역이다.
오늘은 이제 미련을 내려놓고 불변의 자리에 가야한다.
어제로 가버리기에 오늘은 미련이 너무 많다.
똑같은 말로 자신에게 당부했던 어제보다 오늘은 더 못나게 한 것 같아서-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이 되어야 했는데 왠지 어제보다 시원찮은 오늘인 것 같다.
오늘은 후회를 가득 남긴 채 어제의 자리로 가는 것을 망설인다.
오늘의 뒤를 잇기 위해 은근히 재촉하는 내일을 못 본 척
어제, 어제에게 들었던 말을 내일에게 재차 반복하며 다짐한다.
내일은 어제, 오늘이 했듯 똑같은 다짐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제, 오늘도 어제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늘 내일과 닮아있다.
그래서 어제, 오늘, 내일은 묶어서 하루하루가 된다.
셋은 똑같이 24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변할 수 있는 건 오늘 뿐이다.
주인공은 오늘 뿐이다.
그런데 셋은 너무 닮아서, 오늘은 내일을 닮았으므로 내일도 오늘을 닮았다.
그런 오늘은 어제를 닮았던 오늘이기 때문에
아무리 변할 수 있다 한 들
어디까지 얼마나 어제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자신의 뒤를 이을 내일은 얼마나 후회로 가득차지 않을 수 있을까
얼마나 오늘과 똑같아지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은
쉽게 오늘을 놓지 못한다.
이대로 오늘을 놓지 않고 붙잡고 있어버리면
어제는 사라지고 오늘은 오늘인 채 내일도 오늘이 되어버린다.
두 개의 오늘이 존재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래서 오늘은 불완전한 오늘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어제, 오늘, 내일의 사이클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결국 한 번의 어제를 잃으면 한 번의 오늘을 잃지 않고서는
어제, 오늘, 내일을 되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오늘은
쉽게 오늘을 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