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두둑에 앉아 먹던 눈물 젖은 김밥

작고도 구슬픈 행복 2

by 지혜인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방울토마토가 자라는 비닐하우스로 출근을 한다.


이것저것 챙겨 오라는 삐뚤빼뚤하게 적힌 엄마의 메모를 보고 주섬주섬 챙겨 자전거에 몸을 싣는다. 엄마는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신 걸까.


자전거 페달을 밟을수록

새벽을 가르는 바람이

더 흠뻑 얼굴에 와닿는다.


아 상쾌하다.


어슴프레 캄캄해 하루의 시작이라기 보다 전날의 끝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새벽 4시는 매일매일 조금 더 밝은 아침으로 자전거 출근길을 밝혀주었다.


새벽 공기가 이렇게 달라졌다니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이다.



"ㅈ혜야~

ㅇㅈ혜에~"


나는 비닐하우스 끄트머리까지 와있는데 저 앞에서 나를 부르는 희미한 아빠의 목소리.

아 아침 8시쯤 되었나 보다.


아빠는 항상 식사거리를 챙겨 아침 8시경 비닐하우스로 나오셨다. 주로 밥과 김치, 시골반찬이 전부였지만 오늘은 살살 운전해 읍내에 다녀오신 모양이다. 밥 대신 읍내에 있는 아빠의 단골 김밥집 김밥을 먹는 날이었다.


사실 일을 하다 보면 이것저것 차려먹는 식사보다 입에 간편하게 넣고 마는 김밥이 더 편하긴 하다. 아침 9시만 넘어도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처럼 더워지기 때문에 식사시간을 줄여서라도 아침에 더 일하고 한낮에는 방울토마토를 선별하거나 박스를 접는 작업장 일을 해야 한다.


낮이 길어질수록 엄마와 나는 더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했고 아빠의 아침배달도 그만큼 당겨졌다.


동이 튼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아침,

나는 아빠와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방울토마토 두둑에 마주 앉아

김밥을 먹고 있다.


아빠는 곧 작은 두유팩에 빨대를 하나 꽂아 나에게 건넨다.

마시면서 먹으라고,

목 막힌다고.


서로 힘드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아빤 내가 김밥 먹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다

빈 두유팩과 김밥호일을 들고 뒤돌아 나가신다.


그리고 난 그런 아빠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볼 뿐이다.


항암치료가 더해갈수록 작고 왜소해진 아빠는 어깨마저 더 굽어보이고 언젠가부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다시 방울토마토 두둑에 걸터앉아 한참을 쉬다 나가시곤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도 새벽같이 나와 작업장에서 방울토마토 박스를 접고 계셨단 걸,


끈이 떨어진 엉덩이의자가 고쳐져 있고,

체인 빠진 자전거가 멀쩡해졌으며,

밀고다니는 바구니 받침대의 헐렁했던 바퀴가 쪼여져 있는 등


이런저런 자잘하게 필요한 것들이 매번 고쳐져 있을 때마다 나는 엄마가 철인인가 그런 생각도 했는데 사실 아빠는 그렇게 비닐하우스를 맴돌며 도움이 될만한 작은 것들을 늘 하고 계셨다는 걸, 나는 한참이나 지나고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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