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YE Sep 14. 2019

우리 모두, 그렇게, 사랑을 한다

트레바리 세 번째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영화 '클로저'

사랑의 모양은 제각기 다르다. 정의하는 모습도 다르다. 그런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랑의 모습을 가지고 서로를 대한다. 마치 그 사랑이 같은 모양을 띄는 것처럼.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는 각기 다른 사랑의 모양을, 각기 다른 관계에 대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토마시는 극도로 혐오했던 행위인 여자라는 존재와 함께 잠에 들고 아침을 맞이하는 것을 테레자와 하게 된다. 그렇게, 토마시에게 테레자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마치 테레자를 강물에 떠내려 온 아이에 비유한 것처럼. 그런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탐하려 한다. 그는 첫 장부터 끝까지 본성과 이성 사이에서 부유한다. 테레자는 끊임없이 토마시를 갈구한다. 테레자의 꿈은 토마시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대변한다. 수영장을 돌며 토마시의 구령에 행진하는 나체의 여성들 속 한 여자로 전락한 그녀의 모습, 땅에 묻혀 있어야 할 눈 대신 그 자리에 흙이 가득해 토마시를 볼 수 없는 그녀. (이 대목은 토마시처럼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끊임없는 의심 속에 토마시를 가두고 그녀는 절망 속을 걷는다. 사비나는 가벼운 존재들 속에서의 자신의 향유를 즐긴다. 틀에 관계를 가두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를 그리는, 그 누구도 나를 탐할 수 있고 나도 그 누군가를 탐할 수 있는. 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프란츠라는 존재와의 관계가 끝나고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와 있었던 그 시간들과 '그' 자체를 그리워한다. 사비나에게 있어 프란츠는 존재의 가벼움들 속에서 무거운 무언가를 주었고, 사비나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그를 떠난 것이다. 그 무게가 어느 순간 무거운 것이 아니었고 '묵직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아, 깨닫는 그녀의 모습도 보인다. 프란츠는 주어진 삶의 모습에 성실하고 반듯했다. 그런 그에게 자유분방한 사비나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구 혹은 동경이었으리라. 사비 나 때문에 이혼하게 된 그는 진정한 그를 되찾고 관계의 가벼움들 속에서 만족한다. 



우리 모두는 테레자가 되기도 하고, 토마시가 되기도 하고, 사비나가 되기도 하고, 프란츠가 되기도 한다. 그 어떤 존재에 이입하기도 할 테지만, 스토리가 더해지며 이 소설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 속에 나라는 사람을 다양하게 대입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과정 속 우리는 우리에게 이따금 묻는다. 과연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 걸까. 그 정의가 다 다를지언정 그 감정을 나 스스로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 적은 있을까. 그리고 또 묻는다.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다른 감정들이 묘하게 뒤섞여있는 이 감정의 컬래버레이션이, 내가 아닌 그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이 마음이,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모양인 두 마음이 만나 같은 모양이었으면 하는, 모순점이 가득한 감정이다. 그리고 때로는 복잡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 (혹은 사랑을 위해 감정의 소용돌이로 뛰어든다.)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이 카오스 속에 나 스스로를 내던지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사랑을 그려내는 각자의 존재 속에서 찬란하게 빛이 나기를(혹은 그 빛을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깨닫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여전히 설 자리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