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묘사하기
나는 보라색이다. 온통 보라색으로만 물들어 있다.
우울하기도, 아름답기도, 고요하기도, 찬란하기도 한 나는 보라색이다.
내 마음의 깊이는 바닷속 제일 깊은 곳 짙은 보라색과 같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곳엔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내 마음은 고요와 파도가 항상 같이 일렁인다.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기엔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다.
바닷속은 온통 보라색, 나는 그곳에 잠겨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나는 물거품으로 변신했다가 해마가 되었다가 바다보다 더 큰 고래가 되었다가
손가락 보다 작은 새우로 다시 돌아간다.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가끔은 잘 모른다.
그렇게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물속 가장 깊은 곳을 열망하는 나는 보라색이다.
'나' 묘사하기 - 프리라이팅(3분)
올해 일월부터 글을 써왔다. 가끔 부지런하고 자주 게으르게 말이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일 년 가까이 글과 친해지게 만들었다.
아이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인 새벽 여서시에 일어나 일기를 쓰고 공모전 사이트를 뒤져가며 글을 투고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모임에 매 달마다 참여했다. 북토크와 강연을 찾아다니고 도서관과 전시회도 꾸준히 보러 다녔다. 온몸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우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영감이 알아서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올해 십일월에는 공모전에 투고한 내 글이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려 상금이 삼십만 원이나 되는 장려상을 받았다. 제일 아픈 이야기를 글로 썼으니 아마 심사위원들도 안 뽑기는 미안해서 뽑아준 것 같다. 오늘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책 이름이 생각났다.
'너에게 반했다.'
이 제목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2025년은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우울을 견디며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에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물론, 유쾌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팠고, 뜻하지 못한 영원한 이별 또한 마주해야만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간에 묻혀 지나간다는 것을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올해 배웠다.
30일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 년을 채우니 또다시 한 해가 간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생기질 기대가 되는 귀한 마음까지 가졌으니 난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물론 아직 난 우울의 늪에서 온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운 날도 있고 산책을 해도 잘 쉬어지지 않는 숨과
밤과 낮이 흐린 경계와 계절의 흐름이 뒤죽박죽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나에겐 사람들이 있다. 글이 있다. 책이 있다.
우울이 날 집어삼키지 않게 지켜줄 많은 것들이 내 옆에 무수히 많이 있다.
내가 글을 여전히, 꾸준히 쓸 수 있게끔 도와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고마워 여보, 사랑을 담아.
-다정한 지혜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