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김치냉장고만 남았다
부동산 표류기
2화. 김치냉장고만 남았다
1997년 ~ 1999년
[신도시 45평 신축아파트 ]
신도시 45평 신축아파트로 이사 갔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거실은 운동장만큼 넓었다,
초등학교를 1분 거리에 품었고 창밖으로는 호수공원이 보였다.
우리 가족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가구와 살림들을 새로 장만하며
그 당시 중산층 주부의 상징이었던 ‘김치냉장고’도 들였다.
깨끗한 부엌과 어울리는 반짝이는 은색 딤채 김치냉장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친정 부엌 한켠에 있다.
잦은 이사를 하며 세간 살림을 정리했음에도,
김치냉장고만큼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김치냉장고가 중산층의 상징으로 가졌던 마지막 상패가 될 줄은
“그 사장, 자살했대”
엄마가 한 달 전 샀던 김치냉장고를 열며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사장? 누구?”
“왜, 우리한테 김치냉장고 팔았던 그 대리점 사장… 부도 났나 봐”
불과 한 달 전 우리 집에서
김치냉장고를 설치했던 대리점 사장님 자살을 했다는 소식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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