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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Aug 19. 2022

나의 부동산 표류기 1화

1화, 한 때 잘나갔던 부동산 투자자 K씨

1화, 한때 잘나갔던 부동산 투자자 k씨

19xx-1997 “파란색 지붕집”



우리 아버지는 부동산 경매 컨설턴트이자, 전업 투자자셨다.

주로 지방투자를 중심으로 하셨고, 

80-90년대 부동산 대세 상승장의 흐름을 잘 타서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버셨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집은 ‘파란색 지붕’ 집이었는데

일 층에는 상가가 3개 있고, 위층에 세입자가 3세대 있는 상가주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금흐름이 쏠쏠하게 나오는 ‘물건’이었던 것 같다.


일 층엔 우리 가족이 살았는데

화단이 있는 넓은 마당에 진돗개 한 마리를 길렀다


화단에 엄마와 함께 봉숭아를 심고, 여름엔 그 봉숭아로 손톱에 물을 들이고 놀았다.

아침 낮으로 거실엔 따뜻한 햇볕이 들고 엄마가 만들던 카스텔라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그 당시 아버지는 1년도 채 안 되어 자주 차를 바꾸셨고

우리 가족은 매주 외식을 하러 다녔다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의 유복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젊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확신,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늘 차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파트 이사를 간다고 했다.

지방 광역시에 새로 개발되는 신도시 신축아파트였다 


“아파트?! 와! 우리도 이제 아파트에 사는 거야? 빨리 이사 가자!”


“응 그래 여름 방학 되면 이사 가자.

거실이 운동장만큼 넓어서 축구해도 될 정도야!”


그렇게 여름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리다, 

방학식 날, 친구들에게 요란하게 작별 인사를 해댔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슬펐지만, 한편으론 새 아파트에 살게 된다는 기쁨과 설렘에 휩싸여있었다. 


97년 여름 우리 가족은 부푼 마음을 안고 신도시 신축아파트에 입주했다. 

‘축 입주’ 리본을 단 화분이 현관 앞에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 앞엔, 앞으로 축하할 일들로만 가득할 것 같았다.


그리고 3개월 뒤, 

IMF가 터졌다.


어두운 긴 터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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