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Jan 01. 2017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하몽과 함께 한 로맨틱한 2016년의 마지막 날

남편과 둘이 떠났던 집으로 춘이와 셋이 돌아온

지도 어느새 아니 아...직 9일째. 오늘은 일생일대의가장 큰 이벤트가 있던 2016의 마지막 날이다.

원래 매년 31일에 큰 의미를 두는 터라 이런 저런 가록을 남기고 싶지만, 내 옆에 붙어서 겨우 잠든 춘이가 언제 용트림을 하며 으앙 깨어날까봐 그럴 시간이 없다. 살고 싶으면 이 시간에 자야한다. 자야한다!!


아무리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신생아가 있는 집이라 해도 마지막 날 나름의 의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이 춘이와 씨름할 동안, 스페인 여행을 떠났던 친구에게 부탁해 받은 하몽을 개봉하자 하곤, 큰맘먹고 산 메론을 정성스럽게 잘라 한땀한땀 하몽을 올려두었다.

비록 와인은 없지만, 그래도 티비로 카운트다운을 보고 새해 각오를 다지며 남편과 단 몇분이라도 이국의 정취를 느끼고팠다. 네네 사치였다.


춘이는 11시 반경부터 응애응애 으앙으앙 감히 날 재우고 니네끼리 놀려고? 하는듯이 온 힘을 다해 울어댔고 결국 카운트다운이고 뭐고 다 지나갔다.


2017년 0시가 넘어서야 춘이느 내 팔에 안겨 아주 푹 주무셨고 난 팔을 쓸 수 없어서 남편의 손을 이용해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몽 몇 조각을 우걱우걱 씹었다.

자고 있는 춘이와 셋이 기념셀카를 찍고 남편과 출산 당일 얘길 잠깐 하고 덕담을 강제로 시키고 하루종일 피곤했던 남편은 바로 꿈나라. 춘이도 꿈나라.


지금 이 순간 나도 자야한다. 자야한다.

2016년 마지막 날, 하몽과 함께 한 로맨틱한 날이여 안녕.

2017년 올테면 와봐라. 나랑 싸우자.ㅋㅋ


작가의 이전글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