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문학상: 라슬로 크라스너호르카이 (2)

by 황지현 박사

2025노벨문학상: 헝가리 라슬로 크라스너호르카이(1)에 이어서 담습니다.


『전쟁과 전쟁』은 대서사적이며 풍자적인 여정을 통해 그의 또 다른 걸작 『벵크하임 남작 귀향』(Báró Wenckheim hazatér, 2016; *Baron Wenckheim’s Homecoming*, 2019)을 예고한다. 이번에는 ‘귀향’이 주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주인공이 도박중독에 시달리는 남작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몰락한 그는 아르헨티나에서의 긴 망명생활을 마치고 헝가리로 돌아오며, 잊지 못한 소녀 시절의 연인을 다시 만나길 꿈꾼다. 그러나 여정 중 그는 음험한 ‘단테’라는 인물에게 운명을 맡기고 만다. 이 인물은 마치 더럽혀진 산초 판사(Sancho Panza)를 연상케 한다. 소설의 절정이자 희극적 하이라이트는 남작을 위해 마을 공동체가 준비한 환영식 장면으로, 주인공은 그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한다.

이른바 ‘묵시록 5부작’에 덧붙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은 『헤르슈트 07769: 플로리안 헤르슈트의 바흐 소설』(Herscht 07769: Florian Herscht Bach-regénye, 2021; *Herscht 07769: A Novel*, 2024)이다. 이번에는 카르파티아 악몽이 아닌, 독일 튀링겐의 한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이지만 혼란스러운 사회 붕괴, 살인과 방화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유산이 무겁게 깔려 있다. 이 작품은 폭력과 아름다움이 ‘불가능하게’ 결합된, 숨결 같은 단 한 호흡으로 쓰인 소설이다.


『헤르슈트 07769』는 독일 사회의 불안을 정확히 포착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현대 독일 소설’로 평가받았다. 주인공 헤르슈트는 도스토예프스키식 ‘성스러운 바보’의 전형으로, 마음이 순수하고 타인을 쉽게 믿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이 신뢰한 세력이 마을을 파괴한 주범임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크라스너호르카이의 작품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있으며, 결말부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라슬로 크라스너호르카이는 카프카에서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이어지는 중앙유럽 서사 전통의 위대한 계승자이며, 부조리와 그로테스크한 과잉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그는 곧 동양으로 시선을 돌리며 사색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나아간다. 중국과 일본 여행에서 받은 깊은 인상을 바탕으로 한 일련의 작품들이 그 결과물이다. 『북쪽엔 산, 남쪽엔 호수, 서쪽엔 길, 동쪽엔 강』(Északról hegy, Délről tó, Nyugatról utak, Keletről folyó, 2003; *A Mountain to the North, a Lake to the South, Paths to the West, a River to the East*, 2022)은 교토 남동부를 배경으로 ‘비밀의 정원’을 찾는 신비롭고 서정적인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그의 또 다른 걸작 『세이보가 아래로 내려왔다』(Seiobo járt odalent, 2008; *Seiobo There Below*, 2013)의 서곡처럼 느껴진다. 『세이보가 아래로 내려왔다』는 아름다움과 예술 창조의 의미를 다룬 17편의 단편집으로,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눈먼 세계 속에서 덧없음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탐구하는 그의 대표작이다.


책의 첫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교토 가모강 한가운데, 눈처럼 흰 백로 한 마리가 소용돌이치는 물속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며 꼼짝 않고 서 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새는, 예술가의 외로운 운명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된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 모티프는 일본 신화 속 세이보(Seiobo)에 관한 전설이다. 세이보는 3천 년마다 불로불사의 열매를 맺는 정원을 지키는 존재다. 이 신화는 예술 창조의 비유로 변형되어,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장인정신, 전통, 오랜 준비 끝에 예술이 창조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혼란과 지연 속에서도 기적처럼 탄생한다. 르네상스 화가 피에트로 페루 지니(Pietro Perugino)가 미완의 그림을 피렌체에서 자신의 고향 페루자로 옮기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모두가 그가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믿는 그때, 페루자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세이보가 아래로 내려왔다』의 예술가는 종종 부재한다. 대신, 예술 탄생의 주변에 선 인물들이 등장한다. 수위, 구경꾼, 헌신적인 장인들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참여하는 일의 의미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은 독자를 여러 ‘옆문’을 통해 설명할 수 없는 창조 행위의 영역으로 인도하는 걸작이다.


크라스너호르카이의 폭넓은 문체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은 『궁전을 위한 삽질: 타인의 광기로의 진입』(Aprómunka egy palotáért: bejárás mások őrületébe, 2018; *Spadework for a Palace: Entering the Madness of Others*, 2020)이다. 맨해튼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았던 작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과 그의 광적인 추종자들의 망령이 등장하는 이 짧고도 유쾌한 광기 어린 이야기는 모방의 저주와 저항의 축복을 동시에 다룬다. 우울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다.


— 안데르스 올손(Anders Olsson), 노벨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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