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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Dec 16. 2019

학대받던 여인에서 희망의 전도사로 -인권 (3)

스크린에는 한 여인이 배낭 위에 은회색 보온병을 메고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무채색 옷을 입고 이름 없는 사람들이 도시에 쏟아져 나오는 금요일 저녁에.

일요일. 스톡홀름. 비도 오고 왠지 하늘빛은 어둡다. 교회에 11시 예배를 드리러 갔다.

스크린에서 본 그 여인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오늘 특별 손님은 엘리제 린드크비스트라는 84세의 여자이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에 무대 위에 걸린 스크린에 그녀가 어떻게 금요일 저녁을 보내는지 촬영한 영상이 나온다. 84세이면 적은 나이가 아닌데 엘리제의 표정은 생기가 있고, 목소리는 당당하다. 허리도 꼿꼿하다.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사회자가 말한다.

그녀가 금요일 저녁마다 몸에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일을 하는 젊은 여인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스톡홀름의 한 거리를 향해 간다. 그녀가 마른 등에 맨 보온병에는 집에서 나오기 전에 내린 원두커피가 있고, 배낭 속에는 몇십 인분의 계피 빵과 과자가 들어있다. 그 여인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어서 정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엘리제는 보통 사람과 그런 여인들을 용케 구분해서 그 여인들에게 한 명 한 명 접근해서 준비해 온 커피와 빵을 주며 "이런 일 하지 말고 다른 일 거리를 찾아... 너는 고귀한 사람이야.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한단다"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어두운 갈색의 긴 머리를 한 한 젊은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엘리제의 품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물론 이들의 얼굴은 안 보이도록 처리가 되었다.    


이 선진 사회에서는 오래전에 이런 일은 불법으로 규정했다. 파는 사람은 처벌받지 않아도, 사는 사람과 알선자는 엄격한 처벌을 받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법적 장치를 만들어도 어디든 간 큰 사람과 불법은 존재한다.  

엘리제는 당당하게 무대에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힘차게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5살부터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엄마는 엘리제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아버지는 엘리제가 학대받는 것을 알면서도 딸을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다른 가족과 살게 되었는데 그 가족의 엄마 역할을 하는 여자가 결국 미성년자인 엘리제를 팔아넘겼단다. 이렇게 엘리제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악한 환경에 내몰리게 되었고, 오랜 세월 자유를 박탈당하고 타인이 돈을 주고 맘대로 거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신도 존중한 사람의 인권과 자유의지를 감히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추한 욕망을 위해 짓밟고 합리화할 수 있을까?

이렇게 그녀는 평범한 이 곳 아이들의 유아기와는 너무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오랜 세월을 희망도 없이 학대받으며 살았다. 그녀의 마음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독이 쌓여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교회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그때 교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한 사람을 봤다. 그녀보다 한 10살쯤 많아 보이는 남자이다. 그녀는 그에게 가서 자기도 모르게 "나를 위해 기도해 줘"라는 말을 내뱉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지만 소리 내서 그녀를 위해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가 기도하는 동안 그녀는 아주 강렬하고 신비한 체험을 했다. 그녀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뜨거운 열기운이 통과하는 것 같은 강한 에너지를 받았고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느낌은 예사롭지가 않고 너무 강해서 잊을 수가 없단다. 그 이후 그녀는 성경 학교에 나가서 하나님을 알게 되고, 주를 영접하게 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그녀는 옛 삶에서 빠져나왔고, 마음도 몸도 점차 회복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여자들을 찾아 거리에 나가 그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도록 독려하고, 차와 간식을 주며 위로한다. 아마 그저 평범한 사람이나 자선 단체에서 나와 그런 사람들에게 접근을 했다면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해도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동정심이나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그들에게 접근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제는 자신이 그 고통을 평생 겪었기 때문에 거리로 내 몰린, 젊은, 아닌 미성년자일지도 모른 여인들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생 증오와 원망, 슬픔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나이 들어가지 않고, 옛사람을 완전히 버리고 옛날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몰린 이들이 있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따뜻한 커피와 간식을 나눠주며 포옹하고, 그들이 얼마나 고귀한 인간인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희망은 분명히 있다고 말해 준다.

엘리제는 더 이상 타인들의 더럽고 추한 욕망이 섞인 돈에 좌우되는 노예 같은 삶을 사는 여자가 아니다. 현재의 그녀는 자신의 삶과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전파하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활동적이고 건강한 사람이다. 아주 오래전에 그녀는 자신의 몸이 더럽고 싫어서 샤워하다가 자해를 했단다. 하지만 성령 체험을 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서는 자신이 얼마나 고귀하고, 또 자신의 몸은 아름다운 성전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엘리제는 적어도 104살까지 살고 싶단다. 흘러간 젊은 날들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유럽연합 국회가 사람의 몸을 파는 일은 금지하도록 법을 만들도록 90살이 되어도 100살이 되어도 싸우고 싶다고...
        

살면서 당장 죽고 살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어도 사람은 여러 이유로 우울하거나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같은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느끼는 기쁨의 크기가 다르듯이 사람이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이유도 조건도 다르다. 하늘빛이 흐려서 우울할 수도 있다. 아니면 가까운 사람의 병이나 사망, 실직, 이별, 낙방, 파괴적인 관계나 해결되지 않는 갈등 등의 어려운 일을 겪기에 힘들 수도 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정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엄청 바동거리며 버티려고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너무 어린 시절에 엘리제 같은 상황에 내몰리고 다른 세상도 가능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남의 의지에 휘둘리며 평생 산 사람이라면 의지나 희망이 뭔지도 모를 것 같다. 이 세상의 엘리제들에게 희망이 생기려면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도 않다. 정말 성령 체험 같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나도 이 세상의 엘리제들을 위해 기도한다. 유럽 연합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 따위 일은 불법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거래할 것이 따로 있지 어떻게 거래 불가능한 것을 돈으로 거래하려 들고, 이를 합법화하는 사람들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일까?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과 아이들이 이런 위험에 처해있을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고 많은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그 정도와 형태가 다를 뿐이다. 합법적으로 일하게 해서 세금도 내게 하고 건강이나 질병관리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느니 논리를 토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작 당신, 당신의 연인이나 부인, 혹은 딸이 자의던 타의던 그런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여전히 지금처럼 논리 정연하게 세금, 정기 검진, 복지를 들먹이며 그럴 수도 있다, 합법화해야 한다라고 감정의 동요 없이 일관성 있게 주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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