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라리가 아니란 말이에요..." -카포에이라 고수의 소리없는 절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를 어느 정도 나눴다. 공통 관심사가 뭔지 알기 어려운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가 흔히 그렇듯이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다시 쭈뼛거리며 서있는데 누군가가 반가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며칠 전 정원에서 내가 정원에서 삼겹살을 구우려고 즉흥적으로 숯불을 펴보겠다고 고생할 때 불이 타오르게 도와준 그 레게머리 청년이 아닌가?
하지만 청년은 가벼워 보이던 첫인상과 달리 오늘은 자기가 이 축제의 호스트인양 점잖음과 활달함 사이의 적점을 유지하며 다닌다. 때로는 사람들의 흥을 부추기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님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도록 분위기에 맞는 CD를 선별하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축제에 온 손님들이 뭐하나 살펴보다가 춤이 서둘러 보이는 사람들,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서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소리 내서 박자를 세며 짧고 매너 있게 춤을 가르쳐 준다.
그는 축제에 온 모든 사람들이 편한 마음으로 함께 어울리고, 춤을 추며, 이 명절을 즐기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주머니가 부탁했을까? 카포에이라 마스터가 부엌으로 가서 내게 숯불에 구운 꼬치구이와 시원한 음료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기본적인 민속춤을 가르쳐 준다.
마스터는 포르투갈어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포르투갈어는 고작 "고마워요", "이건 얼마예요?", "천만에요", "안녕" 등 관광객이나 하는 아주 간단하고 제한된 표현이 전부이다. 하지만 우리는 손짓 발짓과 구글 번역기로 찾은 쉬운 브라질 포르투갈 문장들을 교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일주일 전 정원에서 만난 그의 머리 모습을 보고 그냥 한참 겉멋에 빠져 사는 청년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그는 아프로-브라질 무도인 카포에이라(Capoeira) 마스터이자 무예 강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와서 카포에이라 강의를 하고 있고 자신의 강습소를 하나 만드는 게 꿈이란다.
언어는 사람을 연결한다. 모바일 웹사전을 만든 언어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새삼 고마워졌다.
유치원 이후 처음 해 보는 양 갈래로 머리를 딴 내 얼굴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젠 사진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하지 않다. 계획하지 않았는데 춤도 배우고 참 기쁜 하루였다. 만남의 점들을 따라가다 예상치 않은 체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카포에이라가 무엇일까? 이 여름 명절이 지나고 한 달 후 8월 말에 쿵스트래드고덴에서 브라질 축제를 했다. 스톡홀름시는 주 스웨덴 대사관과 함께 시내에 있는 이 공원의 야외무대에 자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장을 마련하다. 스웨덴에 사는 여러 민족과 그들의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문화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그 날 축제에는 브라질 전통 노래, 춤 등 여러 무대가 준비되어있었고 공원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오후 무대에는 삼겹살 구울 숯불에 불을 피워준 바로 그 청년이 이끄는 무예단이 나와서 카포에이라 시범을 보였다. 중력과 인간의 신체 구조를 생각할 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동작을 너무나도 가볍게 해내서 깜짝 놀랐다. 보통사람들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동작이 정말 많았다. 밧줄에 묶인 듯이 손을 모은 채 몸을 숙이고 다리를 드는 동작, 물구나무서기 등 강한 근력과 엄청난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의 동작들이 정말 많았다.
나는 이 때서야 카포에이라가 뭔지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카포에이라는 춤, 무도, 체조가 혼합된 브라질 전통 무예이다. 이 무예는 굉장한 체력과 근력을 요구한다. 16세기 브라질에 노예로 끌려온 앙고라 계 사람들이 이 무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브라질은 그 당시 노예로 잡아 온 앙고라 사람들이 주인에게 대들거나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술 연마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고된 노동을 끝내고 쉴 때 손이 묶인 채로 주인의 눈을 피해서 춤을 추는 척하면서 무예를 연습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카포에이라의 기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 사라지면 돌아오지 않을 특별한 순간들과 내가 여기에 있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형상과 이야기를 글과 사진을 통해 2차원 평면에 잡아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