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그만하고 싶을 때 버티는 노하우
릴라는 30년 전부터 내게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사라진다는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릴라는 말 그대로 증발하기를 원했다.
-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그래서 릴라는 증발했다.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삶이 힘들고 피곤할 때마다 사라지고 싶었다.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가고 싶었다.
히말라야 산 중턱 어딘가나, 호주 에어즈락 부근의 황량한 땅도 좋다. 그저 나를 괴롭히지 않는 인간들이 없는 곳. 모래와 바람 따위로만 채워진 곳. 그곳에선 나조차 나를 내버려 둘 것만 같다.
약 20년 전,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는 그 나이에 느끼기 어려운 절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기억하는 건 들어오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강한 충동뿐이었다.
내면에서 무언가 그 충동을 강하게 막아섰다. 그 충격이 얼마나 거센지 나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듯 넘어지고 말았다.
잠깐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 사실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내 눈앞이 흐려지더니 눈물이 손등을 적셨다.
거기서 결정했다. 다신 이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왜?
그건 조금도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날 나를 살린 건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건 정말 문제다. 병에 걸리든, 사고가 나든, 죽는 건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환자는 절대 아름다울 수 없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죽음? 다르지 않다. 주름진 얼굴,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몸뚱이... 그런 잔해를 누군가 치운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아름답지 못한 나의 껍데기를 목격하도록 어떻게 그냥 둘 수 있는가!
사자는 죽을 때가 되면 무리에서 빠져나와 혼자서 먼 곳으로 이동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 쓰러져 담담하게 죽어간다.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야생동물의 방식으로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의 죽음을 아무도 목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나의 마지막에 대한 유일한 소망이다.
삶이 힘들 때면 늘 상상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따뜻한 모래 위에 몸을 뉘이는 순간을. 마치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듯 한순간 낚아 채여 짐 당할 그 순간을.
무엇이든 좋다. 삶의 마지막을 생각 중이라면 무엇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지금 그 일을 잠시 멈출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