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나도 모르게 닮아 가는 이유...
Apr 22, 2023
요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살면서 꼭 되고 싶지, 아니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 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서 받은, 그 씻겨 내려가지 않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그로 인한 애정결핍의 문제 인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을 닮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제일 많이 생각나고 그리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럴 때마다 더 아이에게 집중하고 내 삶을 올인하기 시작했다. 나를 희생하고 또 희생하고 지난 8년 동안 아이를 위해서만 살았다. 나는 내가 닮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을 절대 닮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그 모습을 내 아이에게 꼭꼭 숨기고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혼동스럽다. 이혼을 단 한 번도 우습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워 질지는 몰랐다. 처음에는 '나만 잘하면 되지. 이 또한 지나갈 거고 내가 한 선택에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라며 나를 다독이고 위로했다. 혼란스러워도 덜 혼란스러운 척 태연한 척 굴었다. 아이가 나의 이혼이라는 선택으로 인해 받을 상처에 비하면 내 상처는 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가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내 행복을 찾을 수도 아니,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어떤 때보다 아이에게 더 집중하고 신경을 써 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남편과의 잦은 마찰과 이혼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나의 우울감과 심한 감정의 기복,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질질 끌려가는 듯한 느낌에 지쳐가는 것이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나도 너무 힘이 들어 아이에게 신경을 잘 못 써주고 있었다. 아이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이랑 있을 때에도 변호사한테 온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쓰고, 그리고 다음날에 있을 전남편과 중재자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와의 미팅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그뿐 아니라, 내가 하는 하나하나의 결정이 아이에게 어떤 영항을 미칠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또 수많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이렇게 까지 나 자신이 싫어져 본 적이 없다. 늘 살면서 항상 더 많이 신경 써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까지 못난 엄마로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으로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며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마치 내가 진짜 닮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의 모습과 똑같이 닮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요즘 끊임없이 싫어지고 있다. 책임감 없는 어른의 모습. 아이보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모습. 그 모든 것들이 괜찮다고 용납될 것이라고 믿었던 이기적인 모습들. 오늘도 나는 나의 어릴 적 트라우마 탓을 하며 내 아이를 위한 선택 하나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부모의 자격조차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까지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만드는 모든 선택 하나하나가 나를 지금 여기에 데리고 온 것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누구나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가기에 나는 오늘도 내가 닮고 싶지 않은 사람과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