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라도 다시 같이...

할 수 있을까?

by Jihyun

May 03, 2023


5일 전... 딸아이의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낯익은, 하지만 이제는 낯설어진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와 어색하게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바로 서로 등을 돌리고 나서는 같은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딸아이의 담임선생님들과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그래도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학교를 나섰다. 막 발 길을 돌리려던 그 순간, 내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은 말이야... 지금 우리가 놓인 이 상황에 만족스러워?" 어디서 나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용기였다. 며칠 동안 못 잔듯한 게슴츠레 푹 꺼진 눈꺼풀을 힘겹게 올리며 나를 본 그가 대답한다. "아니. 당신은?" "나도. 전혀... 우리가 통하는 게 아직 한 가지는 남아있네." 이상했다. 기분이. 지난 6개월간 두꺼운 갑옷과 뾰족한 투구를 쓰고 창을 든 상태로 절대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고 싸웠던 상대였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왠지 우리가 남남이 아닌 같은 편이 되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한다. 아니, 같은 편 이라기보다는 이 지구상에 우리의 이런 특별 (?) 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과 나 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 내가 물었다. "변호사한테 말해서 정리하라고 할게." 그는 답했다.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순간 '이게 드디어 여기서 끝나는 건가?' '이 모든 악몽의 끝이 이제 보이는 것인가?' 하고 혼자 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켜고 있다. "하지만, 정리하려면 우리가 합의를 봐야겠지." 내가 말을 이어갔다. "응. 나도 알아." 나는 그의 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 현재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의문점을 던졌고, 이야기를 듣던 그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나를 떠나버렸다.


늘 그랬다. 그와 같이 사는 동안에도, 그리고 헤어짐을 결심한 뒤에도 우리에게는 늘 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거의 늘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영양가 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항상 중간에서 우리의 소통에 도움을 주는 (서로의 말을 전해주는) 결혼상담사와 같은 중재자가 있기 마련이었고, 그리고 이 이혼이라는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조차 되지 않은 아주 참담한 그런 관계였다. 아니, 사실은 아직도 그런 관계이다. '변호사를 정리한다는 그 말은 즉, 우리 둘이 서로 같이 이야기를 해서 풀어나가자는 말인데, 그게 과연 우리에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이 점점 커져가기만 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같이... 무언가를 둘이 같이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더욱더 마땅히 기꺼이 하고 싶지만...' 나는 그 순간 다시 한번 밀려오는 걱정과 두려움, 하지만 아마도 우리가 이 기회를 통해서 이 지독하게 해로운 관계의 패턴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 그리고 거기에 대한 꽉 찬 의심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하려는 이 일이.. 과연 맞는 일일까?' 무엇이 되었든, 이렇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이혼이라는 타이틀로 서로를 고통스럽게 하고 정신이 피폐해진 채로 서로를 질질 끌고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부디 우리가 같은 마음이기를...' '부디 이 모든 일이 하루빨리 정리돼서 우리 세 사람 모두 안정을 찾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보며 이 글을 써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닮고 싶지 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