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그렇게 매일 하루하루를 믿으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확 가버렸다. 아이의 고열과의 싸움과 온갖 해열제와 항생제와의 한바탕 투쟁이 끝나자 우리에게도 평화라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니, 그런 듯했다. 하지만 일주일간 밀렸던 온갖 일들과 하루에도 끊임없이 전남편과 그의 변호사에게서 오는 수십 가지 이메일로 나는 벌써 다시 머리를 끙끙 싸매고 앓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월요일 아침에 무사히 등교를 했고 나는 내 일주일간의 밀린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리스트에서 지워나가고 있었다. 일주일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기에, 미팅이 엄청 많이 밀려있었다. 변호사와의 미팅, 상담미팅, 전남편과 양육스케줄 조정하는 선생님과의 미팅, 전남편과 아이의 상담사를 만나는 미팅, 그리고 새롭게 이혼과정에 추가된 정신과 의사와의 정신감정 미팅. 이 끊임없는 미팅들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고 또 한 번 내 결정을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정신없이 미팅에 끌려다니며 준비를 하며 또 끌려다니는 것을 반복하며 대체 아이를 제대로 케어를 할 수 있기는 한 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매번 미팅을 하면 할수록 나는 잠부족과 피곤함, 그리고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로 인해 이혼에 대해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내 자신감은 팍팍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는 항생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는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짜증을 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며 내일은 또 아빠에게 가는 날이라는 것을 걱정하는 것을 보니 점점 나의 결정에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모두를 힘들게 하려고 이혼을 결심한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것이 진심 맞다고 느꼈고, 사랑 없이 증오와 불신만 가득한 결혼생활을 아이 때문에 유지한다는 것 또한 내가 감당해 낼 자신이 솔직히 없었기에 선택한 이혼인데 이렇게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을 보고 (특히 아이의 정서가 불안해지고 예민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보고) 내가 감정적으로 너무 섣부르게 한 결정은 아니었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줒어 담을 수 없고 또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리고, 다시 되돌리기에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컴컴한 터널 안에서 앞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서 불안하지만, 언젠가는 이 긴 터널 끝에 우리에게도 빛이 보이겠지. 이 힘든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나에게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꼭 봄은 올 거야. 매일을 그렇게 다짐하고 또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