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아프다...
저번 주말에 처음으로 딸이 친할머니네 집에서 아빠랑 이틀을 보내고 왔다. 일요일에 왔는데 아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얼굴이 벌게진 것을 보고 열을 체크했지만 다행히 열은 없었다. 치과예약이 있었기에 다녀오는 길에 아무래도 애가 열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재보니 아니나 다를까 39도가 아닌가... 바로 아이를 편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침대에 눕혀 해열제를 주고 물을 마시게 하고 간호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아지지는 않고 열이 40도까지 올라가는 게 아닌가... 아이가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고열로 아픈 거라 멘붕이 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여전히 계속 열이 39도인지라 병원에 가봤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패혈성 인두염이라고 하셨다. 10일분의 항생제를 받아오는 길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물론 아이는 아프면서 자라는 거라고 하지만 난 왜 이렇게 그 순간 마음이 아팠을까... 아무래도 이혼을 결심하고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혼란, 그리고 지금까지의 힘든 시간들이 다시 한번 생각이 나서였던 것 같다.
아이는 화요일부터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나는 그 후로 매시간마다 열을 재기 시작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해열제를 두 가지를 따로 써보고 돌려가면서도 써보고 별 짓을 다했지만 잠깐 약 효과가 있었을 때 38도로 떨어질 뿐 큰 변화는 없었다. 항생제를 이틀째 먹이고 있는데 열이 41도까지 올라가서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뭐지? 내가 잘 못주고 있는 건가?"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를 당장 의사 선생님께 데리고 갔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두 가지 해열제를 번갈아 가면서 쓰다가 항생제가 효과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수면 부족과 제대로 먹지 못해 피로가 쌓여가는 나는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저녁에 두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울기 시작했고 항생제는 전혀 효과를 보이지 않고... 목요일 오후가 되자 아이가 덜 추워하고 조금씩 먹기도 시작하고 체온도 38도로 유지를 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6시간에 한 번씩 줘야 하는 해열제를 그만 나의 시간착오로 한 시간 일찍 줘 버렸다. 나의 이런 '못난 엄마'라는 걱정과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강박은 또 시작됐고, 죄책감이란 단어로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아이가 아파하면서 "엄마, 나 내일도 열이 났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했다. 나는 "왜?"라고 물은 뒤 곧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그렇다. 내일은 딸아이가 다시 아빠에게 가는 날이다. 아이에게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였고 힘이 들었으면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의 몸이 얼음덩어리처럼 춥고 불덩이처럼 뜨거워져도 그냥 열이 계속 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부모가 많이 모자라고 이 모자란 부모들이 저지를 일들 때문에 아이가 이렇게 피해를 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끊임없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뭐라고 아이에게 이렇게 힘든 경험을 시키는 것일까. 나는 과연 부모의 자격이 있을까. 다시 한번 나의 결정과 나의 생각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이혼이라는 큰 결정은 내려졌어야만 했다. 그래도 내가 한 결정이 옳았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다 잡아 보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