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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함이 곧 특별함이 되는 순간

골절 사고로 입원했던 내 생일에 병실 침대에서 느낀 것

by Jiiin 진

1) 어렸을 때부터, 특별한 경험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다. 그때는 아마 내가 보내던 평화로운 하루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당연하다고만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달갑지 않았고, 평범한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기회들로 인생을 채우려 노력했고,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놓치면 불안해하기도 했다.


2) 작년 3월, 해외에서 혼자 간신히 수술을 마치고 정신력 하나로 움직일 수 없는 무릎을 부여잡고 귀국했다. 탑승 대기 때, 자정이 됐다고 사람들이 보내주는 생일 축하 카톡을 눈물이 날까 봐 차마 열어볼 수 없었다. 무사히 내려서 가족들과 집이 아닌 병원으로 바로 향했다. 침대 뒤에 붙어 있는 종이에, 입원일이 내 생일인 게 너무 이상하고 서럽기도 했다.


3) 이때 다친 걸 몰랐던 한 친구의 축하 연락이 기억에 남는다. "Happy birthday my dear! Some birthdays are tougher than others, some are lonelier, some are busier, some are happier. The most important thing is just going through this cycle of different birthdays, because every year you step into a new age as a new person. I wish that this new age will be a lucky and memorable one for you!"


4) 원래도 생일을 시끌벅적하게 보내지 않긴 했다. 연차를 내고 나만의 장소를 찾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거나, 무조건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케이크 촛불을 불어야 하는 암묵적 관행이 있었을 뿐이다. 생일 주간이라고 오랜만에 친구들도 꽤 봤던 것 같다. 이번에는 병실에서 혼자 병원 밥을 앞에 두고 생각했다. 매년 돌아오니까, 꼭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고...


5) 식단이나 헬스 등 체력 관리는 필요성을 느껴 큰 어려움 없이 꾸준하게 해오긴 했으나, 크게 아프거나 병원비가 들 일이 없어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여긴 적은 없던 것 같다. 다치고 병원을 들락거리고 가까운 곳에서 조사가 생기기 시작하니, 하루를 무탈하게 보내는 것만큼 특별한 게 없을 거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오늘도 나와 내 사람들이 무사히 채워낸 삶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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