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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뚝이샘 Dec 31. 2018

우리 애한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성숙을 향한 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어야 하는 이유

주말에 두 아이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갔습니다. 
1학년인 딸아이의 친구가 있었던 터라 둘이 같이 놀게 되었지요. 
아들내미는 누나들이 노는 데 좋아서 졸래졸래 쫓아 다녔구요. 
누나를 워낙 좋아하는데, 누나 친구까지 있으니 5살 아들은 신이 났어요. 
그런데 그것이 귀찮은지 
딸의 친구가 5살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너 동생 웃는거 너무 사악해" 
"너 동생 웃지 말라고 해." 

아이들의 표현방식이 세련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고
수없이 경험한 초등학교 교사이자 엄마인데도
5살난 아들에게 사악한 웃음 짓지 말라는 이야기에는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한번이 아니라 같이 놀이터에서 노는 내내  열번이상을 
사악한 웃음 싫으니 웃지말라고 하는 딸아이 친구에게
한소리 하고 싶은 걸 참았어요.  
끝까지 안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에게 그 친구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제 나름의 이유와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 친구의 실수를 대하는 엄마의 자세입니다~              

                             

첫째, 보호자와 함께 있지 않은  아이는 더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그 아이가 엄마나 아빠와 함께 나온 게 아니라 혼자 집 앞 놀이터에 나왔던 거라 제재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마 엄마나 아빠가 있었다면, 그분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셨을 거에요. 
그럼 그 아이도 한번하고 말았고 저도 마음 상할 일이 없었겠지요. 
보호자 없이 아이 혼자 놀러 나온 상태에서 다른 아이 엄마가 훈육하는 것은 굉장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로서는 자기 편이 없는 상태이니, 사소한 지적에도 위축이 될 수 있거든요. 
 그건 오해로 이어질 소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문제 상황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전달을 하니까요. 
초등학교 교사로서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도 이런 작은 오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성인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더 보호해주려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둘째, 심각해지지 않아야 합니다.


사악한 웃음 짓지 말라는 말에도 
아들 녀석은 속없이 실실 웃고 있었고
딸아이는 웃으면서 
"내 동생이 너무 귀여워서 그래~" 라고 동생 표정 흉내를 내며 웃고 
딸아이 친구도 "귀여우면 무서워? 하하하하"하며 웃고 
아이들 셋은 계속 웃고 있었어요.  
결국 마음 상한 것은 엄마인 저 뿐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의 감정보다 앞서 나가지 않아야 합니다. 
오바하지 말아야 해요. 
엄마 혼자 심각해지지 말고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주자구요.
미성숙한 아이들끼리는요 자기 수준에서 이해를 합니다. 어른이 볼 때는 뜨악할 말과 행동도 심각하지 않고 웃고 넘길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다 괜찮다고 할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식의 말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짚어 주어야 하겠죠.
아이의 감정을 해결해주는 것과 아이의 감정에 앞서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면 그것은 다루고 해결을 도와야 하겠지만
아이는 괜찮은데 엄마의 감정이 상했다면 그건 아이와는 분리시켜야 합니다.  


셋째, 성숙의 과정을 기다려줍시다. 


아이들은 미성숙합니다.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요.
미성숙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미성숙하다는 것에 단 한사람도 예외가 없습니다. 
내 아이들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이 성숙을 향한 과정에 있습니다.  
실수할 수 있고, 실수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니 내 아들과 딸에게 그렇듯, 다른 아이에게도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마음입니다. 
미성숙한 아이의 말과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모르고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고 앞으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크면 안 그럴 거에요~
내가 딸아이 친구를 이해해주면
내 딸과 아들도, 다른 어른들이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며,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https://blog.naver.com/jiiyoung82/22136960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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