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05
모든 힘을 쏟아 버리면 드러나는 마음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하기를 즐긴다. 다리는 바쁘게 움직이지만 생각들이 풍경처럼 흘러가는 느낌이 좋다. 그러다가 머물러 맴도는 생각이 생긴다. 고개를 흔들어도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대체로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고민들이다. 쉽게 떨쳐지지 않으면 최고 속력으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굴리다 보면 떨쳐진다. 그래도 고민이 떨쳐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자전거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최저 속도가 있기에 오르막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나아가다 보면 어떤 운동보다 빨리 숨이 턱까지 찬다. 자전거는 쉬면서 오르는 게 안된다. 오르막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다 보면 금세 솔직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맴돌던 생각이 솔직한 말로 툭 뱉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화가 빠져나가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무엇에 화가 났는지 정도는 드러난다. 그래서 답답한 날 괜히 오르막을 오른다.
말과 다른 눈빛, 말과 다른 손길이 있다. 대체로 몸의 말은 입의 말보다 더 솔직하다. 그런데 몸에 힘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몸의 말이 입으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예의를 차리기보단 솔직한 말이 툭 뱉어진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사람의 판단이 조금은 수월하다. 몸이 힘든 순간이 많다 보니 본심이 쉽게 드러나는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주변 사람이 추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나의 마음조차 알 수 없는 답답함에 휩싸이면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기를 권한다. 오르막에서 떠오르는 생각, 뱉어지는 말을 확인해 보면 좋겠다. 욕같이 정제되지 못한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말이라도 괜찮다. 나의 솔직한 마음부터 알아야 답을 찾아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