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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Sep 28. 2022

속도와 간격

아들의 자전거 - 변화 06

속도와 간격이 맞는 친구


운전을 하다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는 아들을 봤다. 아들을 추월해 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유심히 관찰한다. 앞선 친구는 어서 오라 하는 것 같았고 다른 친구들도 막 속력을 내려하고 있었다. 아들만 태연하게 속도를 유지하면서 뒤쳐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만큼은 친구들보다 빠를 텐데 왜 뒤처지나?' 고개를 갸웃하다 급하게 흔들었다.

우연하게 아들의 사생활을  대면하면 서둘러 외면하려 애쓴다. 금세 질문들과 선입견이 생겨나 오해만 쏟아내는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들 친구들에 대한 오해가 그렇다. 외면을 해도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너를 봤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나한테서 답을 찾는다.

잘난 척 아빠는 친구들 앞에 주로 앞장서려 한다. 말을 할 때도 자전거 탈 때도 그렇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렇다. 그런 아빠의 시선에 비친 아들은 항상 뒤따라 가려는 사람 같아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걱정이 많으니 관심인 척 자꾸 개입하려 든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아빠의 욕망을 투영시킬 만큼 모질지는 못하다.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하나?' 자문하다 보면, 요즘 아빠의 정답처럼 되어버린 '친구 같은 아빠'에 생각이 닿는다. 아들에게 자전거에 빚대어 친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친구의 속도를 맞출 수 있어야 해", "자전거는 친구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런데 아빠 친구는 자신의 속도를  강요하는 친구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친구인 것 같다.

굳이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속도가 맞아 함께 하다 보니 친구가 될 수 있다. 속도를 맞춰가는 친구보다는 속도가 맞아 함께하게 된 친구가 분명 편안하다. 멀리 떨어진 거리가 적당한 거리일 수 있고 적당히 떨어져 있어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아빠와 아들은 분명 다른 시대를 살아간다. 그런데 맞춰야 할 일은 너무 많고 바라는 것도 너무 많다. 너무 많은 관계는 조율이 불가하고 너무 깊은 관계는 멀어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누구보다 아들과 속도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주차를 하면서 그나마 속도 맞추기가 제일 쉬운 자전거를 함께 즐겨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 뒤처지는 아들의 모습은 버리고, 헬멧을 쓰고 자신의 속력을 지켜가는 모습만 다시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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