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12
주식을 사야 할지 자전거를 사야 할지
아들의 픽업 시간을 기다리며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내에게 근처 자전거 대리점을 다녀오겠다 했다. 대리점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타보고 착용해 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아내의 호출 전화를 받고서야 대리점을 나섰다. 1시간 넘게 시간이 지나 있었다. 검색만 하던 자전거를 실제로 보니 구매욕이 샘솟았다.
물욕 같은 건 나와는 상관없다고 믿고 살았다.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었고 쇼핑을 즐기지도 않았다. 관심이 없다 보니 부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사려는 물건에 웬만해서 반대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저것을 좀 사라고 권하는 편이다. 막상 새 자전거를 사려고 하니 아내가 반대했다.
"지금 타는 거 재작년에 산거잖아. 타는데 전혀 문제없잖아"
"그건 중고로 산거라서... 새 자전거 한번 타고 싶어"
"하이브리드는 새 걸로 샀었잖아. 이미 두대가 있는데 또 산다고?"
"아니 로드자전거는 다시 중고로 팔 거고 하이브리드는 아들이 크면 물려줄 거고..."
"주식 같은 걸 물려줄 생각을 해야지 자전거를 뭣하러 물려줘!"
갑작스러운 자신의 등장에 아들은 눈치도 없이 '난 필요 없는데...' 하면서 새 자전거 결재는 반려되었다. '자전거를 물려준다'는 나만의 생각을 반복하면서 혼자서만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틈틈이 사놓은 주식이 죄다 마이너스지 않냐고 반박하려다 참았다. 참길 정말 잘했다. 자동차를 바꾸듯 자전거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온다. 아무리 관리를 잘했다 하더라도 유행이 바뀌면 예스러워지듯 자전거도 그렇다. 멀쩡한 자동차를 2년마다 바꾸는 사람이 있듯이 자전거도 그렇다.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자전거는 관련 장비들까지 함께 바꾸다 보면 흔히 말하는 개미지옥이 된다.
몇 년의 할부를 부어야 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자전거는 몇 달만 고생하면 나름대로 드림자전거를 마련할 수 있는 터라 여윳돈이 생기면 자전거부터 검색하게 된다. 여윳돈이 생기면 워낙 주식을 사놓으라 하니 항상 같이 검색하게 된다. 너무 적지도 아주 많지도 않은. 어떻게 보면 새 자전거를 살 돈은 주식을 사기에 딱 적당한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과 자전거의 근원적인 욕구를 생각하면 자전거가 훨씬 건전해 보이지만 현실은 반대가 돼버렸다. 주식은 '개미지옥'이란 말을 만들어 자전거 같은 취미에 떠넘기곤 취미에 쓰일 돈을 빨아 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