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변화 11
외롭고 싶은 남자들 정말 외로운 남자들
자전거길은 하천변이나 해변을 따라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전거와 낚시는 대체로 공간을 접하게 된다. 라이딩을 하면서 바라보는 풍경에서 낚시꾼의 뒷모습은 웬만해선 빠지지 않을 정도다. 한 번은 낚시 아저씨들은 정말 외로워 보인다며 아들이 걱정을 한다. 아니라고 외롭고 싶어서 저러는 거라고 웃으며 말해주니 고개를 갸웃한다. 낚시 인구가 무려 1000만 넘는다고 한다. 주중에 쉴 틈 없이 일하느라 주말이면 낚시가 간절한 친구.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지인도 여럿이다. 그런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홀로 즐기는 중년 남자들이다. 안타깝게도 가족들이 느끼는 그런 낚시꾼의 모습은 대체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적잖은 부담이나 체념을 이미 안고 낚시를 한다. 낚시만큼은 아니더라도 중년 남자들의 다른 취미들도 어차 하면 그 꼴을 못 면한다. 자전거도 그리될 수 있다.
한때는 개인의 개성으로 존중받으며 매력도 뿜 뿜 했을 취미가 중년이 되면서 가족들에게는 시간과 돈을 축내는 무익한 천덕꾸러기로 취급당하곤 한다.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가지도 못하고, 몰래 산 자전거를 친구 가게에 보관해야 하고, 어항을 결국 사무실로 옮겨야 했다는 이야기들... 낚싯대를 들고, 자전거를 들고, 어항을 들고, 오디오를 들고, 골프채를 들고...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겠다는 중년 친구들의 이야기는 흔한 토크 주제다. 그거라도 들고 나올 게 있어서 다행인 건지. 그걸 청산하면 다시 가족의 존중을 되살릴 수 있을지. 슬픈 고민을 나눈다.
가족들이 인정하지 않는 취미는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혼자 있고 싶은데 존중해달고 하는 건 무리다. 외롭고 싶은 건지 정말 외로운 건지? 좋은 외로움의 조건이 무엇인지? 항상 점검이 필요하다. 외롭고 싶어 하다가 정말 외로운 사람이 될 수 있고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울 권리를 저당 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