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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Oct 12. 2022

자전거 때문에 혼자 남는 순간

아들의 자전거 - 변화 13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 되면서 아들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이제는 정말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 한다. 친구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혼자서 멀고 모르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자전거를 외딴곳에 세워두고 친구들과 버스를 탈 수도 없었다 한다. 아들의 단짝이자 훌륭한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가 그렇게 짐짝이 되었다.

열쇠로 잠가두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고가의 자전거를 길가에 잠가놓는 사람은 없다. 자전거 보관대마다 버려진 자전거가 워낙 많다 보니 같은 취급 당할까 봐 무서워서 그렇다. 노트북 도둑은 없는데 자전거 도둑은 여전하다고 하니 희한한 일이다. 비싼 엄마 자전거를 타게 된 아들도 학교 안 말고는 자전거를 오래 세워두지 못한다.

초등학생 아들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야 했고 학원을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야 했다. 중학생 아들은 친구를 만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없었고 학원을 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었다. 자전거가 필요했던 많은 이유는 자전거와 함께 할 수 없는 많은 이유로 변해갔다.

자전거는 타고 나갔다면 반드시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좋아서 타다가 가방에 넣어올 수도 없고 아무 데나 맡기기도 마땅찮다. 라이딩을 위해 출발했다면 자전거와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여정의 일부일 때는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다. 확 버려 버리고 싶을 때가 생긴다.

흔히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그래도 필요가 있으니 감사할 일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필요 없을 때까지 챙기고 살기에는 다들 너무 바쁘지 않나. 다만 필요 없을 때 흉보미워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자전거를 미워하진 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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