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성장 03
처음으로 갖고 싶어 했던 노란 자전거
다섯 살 아들의 자전거를 고르다 아내와 나는 의견이 갈렸다. 그래서 아들을 불러 물어보았다. 내가 아는 아들의 취향은 분명 로봇과 하늘색이었다. 당시 판매되던 대부분의 14인치 유아 자전거도 하늘색 아니면 분홍색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엉뚱하게 스펀지밥이 그려진 노란 자전거를 골랐다. 나는 가성비가 떨어지고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여 다른 자전거들을 애써 권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아마도 아들에게는 그 자전거가 주어진 물건이 아닌 처음으로 선택한 물건이었던 것 같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취향을 드러내는 일은 아주 드물어졌다. “아무거나 상관없어. 아빠가 좋은 걸로 해”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아빠처럼 회색과 검은색 옷이 옷장에 채워지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보다는 잘하고 못하는 과목으로 나눈다. 특별한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스럽겠지. 스스로를 찾고 드러내는 일이 소용없다는 생각도 들겠지. 나이가 들면서 특별히 갖고 싶은 게 없어지고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지는 때가 생긴다. 참 경제적인 상태인 것도 같지만 스스로는 행복하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요즘에 나는 점심 메뉴판 앞에서도 신중히 고민하고 나의 작은 선택들에 용기를 주려고 애쓴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선택들을 늘려가며 내 취향을 보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