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여행 08
긍정적인 일탈
인천에서 서울을 지나 충주까지의 자전거 국토종주 길은 대부분 자전거 전용도로라 길에서 자동차를 접할 상황은 거의 없다. 하지만 충주를 지나 상주까지 100km의 세제 구간은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자전거 우선 도로'가 대부분이다. 차량통행이 적기는 하지만 가장자리로 하늘색 선이 그려져 있을 뿐 일반 차도와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크고 작은 산을 계속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평지길 위주의 지난 3일과 여러모로 다르고 힘든 환경이다.
누군가는 지루한 강변길보다 아름다운 산세와 함께하는 세제 구간을 최고의 코스로 꼽는다. 하지만 자전거에게 오르막이 반가울 리 없고 자전거에 우호적이지 않은 자동차라도 만난다면 놀라는 일도 종종 생긴다. 경치가 좋은 지역을 지날 때는 관광 때문에 차량을 접할 상황이 더 많아지는데, 충주를 조금 벗어나 수주팔봉을 지나는 길이 그랬다. 여름이면 캠핑과 물놀이로 사람들이 붐비는 유원지라 도로변에 끝없이 늘어선 주차 차량과 드나드는 차들로 자전거가 지나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조심조심에 더 힘들기도 했고 아름다운 계곡을 그냥 지나치기도 아쉬워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수주팔봉 출렁다리에 올랐다. 아들은 계곡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자전거 여행에 짐을 얼마나 줄이고 줄였는지 뻔히 알면서 물었다.
“아빠. 수영복 없지?”
“들어가고 싶어? 그럼 들어가 버릴까?”
수영복과 자전거 옷의 천은 별 차이 없으니 자전거 타다 보면 금방 마를 거라고 걱정을 덜어줬다. 그렇게 우리는 자전거 옷을 입고 주목받는 물놀이를 잠시 했다. 아쉬운 물놀이는 부산에 도착해 다시 하기로 약속도 했다. 평소 온순한 아들에게도 예민한 아빠에게도 낯선 일탈이었지만 무척 즐거웠다. 긍정적인 일탈을 함께 나눠가진 것 같다.
자전거와 함께하면서 뒤늦게 그런 소소한 일탈을 알아간다. 긍정적이다 해도 치러야 할 대가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자전거 져지는 금방 말랐지만 자전거 바지의 스펀지 패드가 물을 머금어 오르막을 오르며 무척 고생했다.
아빠는 일탈에 대한 경고를 남발하면서 도전은 강요한다. 제 멋대로 군다고 야단치면서 주관을 좀 가져보라고 다그친다. 분명히 그을 수 없는 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들에게는 쉽게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