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선택

아들의 자전거 - 여행 06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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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선택


자전거 국토종주길은 대체로 강을 따라 이어져 있고 바닥에는 하늘색 선을 그려 표시해 놓았다. 하늘색 선을 따라 쭉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갈림길도 만난다. 지도를 확인하며 간다면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달리다 보면 멈추기가 귀찮아 ‘맞겠지’하면서 그냥 달리게 된다. 그렇게 잘못된 길을 한참 달리고 나서야 잘못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제법 생긴다.

자전거 여행은 자동차 여행과 달리 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도보여행과 달리 수많은 길의 선택이 요구되는 긴장감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자연히 여행을 하면서 거리, 방향의 가늠이 늘고 지도의 이해도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면 아들이 직접 여행에서 길을 찾고 선택하게 하려고 애썼다.

섬강과 남한강 합류지점 근처에서 잘못된 갈림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고생했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쉼터에서 쉬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함께 평상에 누워 느티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며 신중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뭇가지는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지고 갈라지다가 하나의 나뭇잎에 도착한다고, 나뭇잎에 따라 너무나 다른 위치에서 살아가게 된다면서 인생에서 마주칠 선택들이 만드는 결과의 차이를 이야기하려 했다. 실수에 대한 경고가 은연중에 깔린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들은 뜬금없이 “내가 보기에는 나뭇잎 모두 똑 같이 생겼는데”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자세히 보면 모두 달라!'라고 이야기하려다가 말았다.

아들의 말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다시 자전거를 달리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수많은 다른 선택들을 했다면 다른 내가 살고 있을까? 친구, 전공, 직업, 사랑, 가족, 종교. 정치...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같은 내가 그려진다. 후회하던 선택은 그대로지만 후회는 희미해져 간다. 선택이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들을 다르게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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