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밀어주는 힘

아들의 자전거 - 여행 04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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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밀어주는 힘


자전거를 타다가 힘에 부치면, 평지에서는 그냥 천천히 가면 되지만 오르막에서는 내려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오르막에서 한번 내리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좌절감은 둘째치고 시간도 에너지도 손실이 훨씬 커진다.

국토종주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큰 오르막이라 할 수 있는 후미개 고개에서 아들의 힘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1km에 다다르는 긴 오르막이라 틈틈이 남는 힘을 모아 아들을 밀어주었다. 고개 막바지에 나 역시 힘이 한계에 닿아 밀어주던 손을 급하게 떼었다. 그러자 아들의 자전거는 바로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렸다. 하마터면 함께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이렇듯 자전거를 타면서 다른 라이더를 밀어주는 행동은 권장할 동작은 아니다. 밀어주는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다 보면 밀어주는 힘에 변화가 생길 때 균형이 무너지며 바로 넘어지게 된다. 아들도 아빠의 도움에 많은 걸 맡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밀어주는 힘에 도움을 받더라도 방향마저 맡기면 어떡하냐며 거창하게 나무랐다. 기껏 밀어주고선 도리어 나무라는 모양새에 금방 무안해졌다. 정작 밀어주는 힘이 방향을 잃게 만든 건 아닌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부모가 된 미술 전공자들이 잘 듣는 질문과 잘하는 대답이 있다.

“아이가 아빠 닮아 그림을 잘 그리죠?”

“그러면 안 되죠. 부모도 아이도 얼마나 고생하게요. 절대 그림을 칭찬하지 않아요.”

돈벌이가 쉽지 않은 재능이라는 통념을 농담에 담았지만 미술 전공자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방향이 적나 하게 드러난다. 물론 칭찬이 없다고 사라지는 재능이라면 응원으로도 빛을 발할 수 없을 거라는 냉정함이 깔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자녀가 미술을 전공하기를 바라는 미술 전공자 부모를 만나기 어려운 건 분명한 현실이다. 순수미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 바란다. 너를 밀어주는 힘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지되기를, 밀어주는 힘을 조건으로 다른 방향을 강요받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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