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여행 02
아빠의 사과는 항상 늦다
자전거 국토종주 첫날 아라뱃길을 지나 서울에 진입하면서 아들의 속력이 확연히 느려졌다. 맞바람 때문인지 시작의 긴장감 때문인지 아들의 자전거가 부쩍 무거워 보였다. 아들은 여행을 위해 새로 구매한 헬멧, 자전거 옷, 마스크가 모두 불편하고 자전거 변속기도 이상하다는 진단을 했다. 장비들은 기존 것 보다 훨씬 좋아졌고 자전거는 출발 전 충분히 점검한 터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은 시속 10km 넘기기도 버거워했고 아빠는 재촉하는 말을 자꾸만 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시작에 들뜬 마음은 사라지고 완주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들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 펑크가 아들의 잘못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화가 났다. 수리킷으로 튜브를 꺼내 펑크패치를 붙이고 다시 공기를 주입했다.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튜브 노화로 생긴 자연스러운 펑크라고, 펑크 정도는 자전거 타다 보면 흔한 일이라고 말해주며 아들의 부담감 덜어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 말 없이 인상을 쓰며 수리를 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 짜증에 휩싸여 아들이 여행을 관두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번져갔다.
그렇게 첫날 라이딩은 서울도 벗어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급하게 강동구에 모텔을 숙소로 잡았는데 자전거는 둘 곳이 없어 좁은 방으로 들여놔야 했고 담배냄새가 가득한 꿉꿉한 방이었다. 모텔 방 특유의 구조와 분위기, 불편함에 아들은 많은 질문이 생겼을 텐데 풀이 죽어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빠는 ‘첫날 60km. 이러면 10일도 넘게 걸린다.’라는 혼잣말을 반복하며 완주 걱정만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야 내가 화가 났다는 걸 인정했다. 빨래를 하고 씻고 나서야 나를 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잠든 아들을 한참 바라보고 나서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빠가 왜 화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