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것 같은 확신은 허세다

아들의 자전거 - 여행 03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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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것 같은 확신은 허세다


자전거 국토종주 둘째 날에도 아들은 여전히 변속기가 이상하다고 했다. 브레이크까지 평소와 다르다 했다. 평지에서는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작은 오르막에도 쉽게 멈췄다. 몇 번을 테스트해 보았지만 이상이 없다고 확신했다. 웬만한 자전거 수리나 부품 교체는 직접 하던 하던 터라 아들의 불평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확신이 고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나서야 뒤늦게 자전거 수리점을 찾았다. 하지만 서울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라 가까운 거리에 수리점은 검색되지 않았고 그렇게 한참을 더 달려야 했다. 다행히 국토종주길 옆으로 자전거 수리 푯말을 걸어놓은 노점 트럭을 만났다. 나의 이런저런 상황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수리점 아저씨는 와이어 전체를 바꾸라 했다. 이해할 수 없다며 잘난 척 원인 분석을 이으려니 듣기 귀찮아하며 또 그냥 바꾸란다. 못 미더운 마음이 컸지만 하는 수 없이 앞 뒤 변속기 와이어와 브레이크 와이어의 교체를 맡겼다. 수리를 마치고 아들은 자전거가 이제 괜찮아졌다며 예전 속력을 내며 앞서 갔다. 아마도 낡은 와이어를 내가 여기저기 손대면서 상황이 악화된 거 같았다. 여행은 다시 가벼워졌다. 나의 확신은 고집이 맞았다.

미술 전공자들, 특히 조각 전공자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남다른 눈썰미와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하는 '금손'을 가졌다는 자만심을 버릴 수가 없다고들 한다. 누군가 손으로 만들고 고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대상이 전문가임에도 내가 하면 훨씬 잘할 거 같다는 마음에 금세 답답해진다고 한다. 그러다가 오지랖이 발동하고 직접 나서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고, 손해뿐인 성취감에 후회하게 된다.

뭐든지 손수 고쳐보려 하는 아빠. 절대 길을 묻지 않고 찾아가는 아빠. 어떤 질문도 모른다고는 하지 않은 아빠. 그런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 영원히 아들보다 맞춤법을 더 잘 알고 수학을 더 잘 풀고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면 서로가 자랑스러울까? 나이가 들면서 알고 있는 것에 확신이 단호해진다. 그 단호함이 허세를 포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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