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즐기는 내리막길

아들의 자전거 - 여행 10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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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즐기는 내리막길


이화령의 오르막이 완만하고 길었던 것만큼 내리막도 마찬가지다. 5~6km의 내리막을 10분 가까이 주행해야 한다. 이화령 아래에 뚫린 터널로 인해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길이라 국토종주코스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들은 기대 없이 걱정부터 한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할 것 같아서, 아빠가 내리막이 위험하다고 너무 많이 얘기해서 그렇단다. 사실 이화령 정상에서 쉬면서 내리막의 주행요령과 위험요소 대해서만 주구장창 얘기했다. ‘오르막은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내리막은 진짜 죽을 수 있다’, '오르막은 짐승처럼 내리막은 정승처럼'같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언들과 경고와 걱정을 아들에게 너무 무겁게 달아 주었다.

인생을 빗댄 오르막과 내리막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많다. 명언도 시도 노래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오르막에서는 인내를 찬양하고 겸손을 칭찬하면서 심지어 즐겨보라고 강요한다. 정상에서는 서둘러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짧고 외로운 순간일 뿐이라며 심지어 의미 없다고 한다. 내리막에서는 타락과 낙오가 유혹하는 서둘러 벗어나야 되는 시간이라 한다. 과정 중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즐기려 하면 끊임없이 반복되니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한다.

도대체 언제가 좋을 때고 즐기고 여유를 가져야 할 때일까? 오르막은 자주 쉬어 가면 되는 길이고 내리막은 즐겨도 되는 길이라고. 다만 아쉬울 수 있으니 천천히 즐기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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