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하고 싶은 간격

아들의 자전거 - 여행 12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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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고 싶은 간격


상주를 지나면서 자전거 국토종주길은 속력 내기 좋은 평지 코스로 쭉 이어진다. 낙동강을 따라 곧은 길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강폭이 넓은 만큼 자전거 길도 넓다. 갈림길을 확인할 필요도 없으니 아들은 마음 놓고 앞서 나간다.

아빠는 항상 앞장서며 어서 오라고 재촉하려 했지 아들의 뒷모습을 이렇게 오랫동안 본 날이 있었을까? 아빠는 밥을 먹으면서도 아들을 살피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아들을 살폈다.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살피며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요청하지 않아도 미리 채워놓으려 했다.

어느새 아들은 일상에서도 자전거 위에서도 스스로 속력과 균형을 잡아간다. 이제는 속력을 늦춰 뒤에서 따라가야 한다. 언제까지 따라오라 하고 옆에서 관찰하려 든다면 따돌리고 싶어질 거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떠나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 도움은 못되지만 기댈 수 있을 거라는 안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싶다. 그 간격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빠의 속력이 느려지고 아들의 속력이 빨라질 때가 되면, 앞으로의 길을 아는 채 말고 그냥 아들 앞에 놓인 길을 부러워하고 응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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