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환승이직 경험이 거의 없다. 한 곳에 몰입하면 옆을 못 보는 기질 때문이다. 회사에 다닐 때마다 "휴가 좀 쓰세요." 들을 정도로 하드워킹 했었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높았다. 바로 이직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다. 실제로 딱 1번 환승이직을 했는데, 후회는 없으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거두절미하고, 매번 퇴사 사유가 달랐지만 최소 1개월 이상 *갭이어(Gap year)를 가져야 마음이 편했다. 3년 전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 일환으로 나를 돌아보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김봉진 님을 만났다. 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이며, 최근 일선에서 물러나 그란데클립코리아를 경영하고 있다. 실제로 일을 했거나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인터뷰가 우연히, 귀신같이 눈에 띄었고 울림을 주었다. 복잡하게 얽힌 고민들을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때?" 쉽고 가볍게 풀어버린다.
*환승이직 : 재직 중 이직을 준비하여 퇴사 후 곧바로 새 직장으로 환승하여 업무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갭이어 :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의미
어제도 그랬다. 자립을 고민하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알아보던 중, 김봉진 님의 인터뷰를 발견했다.
https://youtu.be/J4CmrUe4Om0?feature=shared
'매출'이 북극성 지표였던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팀장을 맡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분명 '투자금'을 '매출'로 만들어야 하는 건 맞는데, 이 지표가 팀원들의 동기부여나 빅샷을 만드는 기획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실패했다.)
우리가 디즈니 하면 믿음이 있잖아요. 가족 영화 하면 믿고 보는 디즈니였는데, 지금은 디즈니+에서 폭력성이 짙은 자극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디즈니에 대한 생각과 지금 자라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디즈니의 생각이 같을까?
그럼 '가족 콘텐츠', '어린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하게 쌓았는데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과 경쟁하면서 오히려 자기 영역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도 해봐요. 처음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를 만들었을 때의 철학과 생각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확장되면서 소비자들이 떠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어요.
《김봉진, B CAST 인터뷰 중》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매출'이 OKR이 되면 '이게 돈이 돼? 혹은 지표를 올릴 수 있어?'라는 소통을 반복한다. 이 패턴이 '기획의 독이었구나' 이제야 깨닫게 됐다.
물론 그도 '좋은 브랜드'는 '기업의 성과를 잘 만드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돈이 돼?' 이전에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하지 않았을까.
김봉진 님과 직접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인터뷰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1. 복잡한 문제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서 좋다.
2. 사람들의 미묘한 변화들을 빠르게 캐치하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어 좋다.
3. 고통의 시간을 인정하되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좋다.
4. 스스로에게 솔직한 인생을 살아서 좋다.
지금껏 수집해 온 김봉진 님의 생각과 나의 러닝을 브런치에 간단히 남기고자 한다.
나도 좀 스스로 솔직하게 살아보고 싶어서.
누군가도 나처럼 반짝이는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