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안목 (日刊眼目) --- 2월 13일
1.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
2. 주된 목표
매일 나만의 안목을 기르기 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물을 논리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원래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면 누구나 같은 결론을 얻게 되어, 결국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생생한 현장감도 멀어진다. 아마도 사람의 뇌는 상당 부분 직감에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연애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논리적 사고'에 따라 정한다면 상당히 비호감일 것이다. 우리가 '논리'를 적용하는 방식은 이렇다. 무언가를 정할 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먼저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결정에서는 직감과 느낌으로 판단한다.
중요한 것은 직감이다. 타격법을 논리적으로 이해한 선수가 홈런을 치는지, 연습으로 감각을 키운 선수가 홈런을 치는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필시 후자일 것이다. 쓸데없이 온갖 설명을 붙이기 보다 감각을 발동시킬 때가 매사 가장 잘 풀린다. 그림 한 장을 보여주며 "이거 어때?" 하면 "아, 좋네."라고 느낄 때처럼. '정답'에서 거리를 두고 생각해야 한다.
<도쿄R부동산 중>
2013년 12월은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간 중 하나였다. 가족과 학업(일), 사랑이 어디 하나 치우침 없이 균형있게 나아갔고 어린 시절 부터 꿈꿔왔던 해외 인턴십을 준비하며 설레는 나날들을 보냈다. 당시 제이레빗의 'happy things'를 매일 들으며 아파트 공원을 걸어가던 기억이 난다. 이 행복이 깨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더러 했다.
그 시기 춥지 않은 강남역 한복판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어바웃타임이다. 나는 노트북의 연장선인, 평범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같이 봤던 남자친구는 인생영화로 꼽을 정도로 행복해진다고 했었다. 어바웃타임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한 남자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아빠는 행복을 위한 아빠의 공식을 말씀해주셨다.
두 가지 단계 중 첫 번째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거다.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 다음은 아빠의 계획 2단계다.
거의 똑같이 하루를 다시 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주인공은 여느 때처럼 살얼음 분위기인 미팅을 견뎌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법정에 출근한다. 무표정으로 바쁘게 카페에서 커피를 건네받고, 녹초인 몸을 겨우 기대고 지하철을 탄다.
두번째는 조금 다르게 변주를 준다. 동료와 깐깐한 상사를 욕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영국의 법정을 감상해보기도 한다. 카페에서도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지하철에서도 좋아하는 노래를 상상하며 에어기타를 쳐본다.
"그래서 그다지 나쁘지 않은 하루였네?"
"그래, 사실 좋은 편에 속하지. 결과는 아주 좋았어."
"다행이네."
가끔 2013년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의도치 않게 운이 좋고, 미래의 쓴 맛을 모르는 학생이었기에 행복하다고 판단했다. 어찌보면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러나 문득 매일 들었던 제이레빗의 다정한 가사들이 하루하루를 물들게 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대 정신 의학 교수 켈리 하딩(Kelli harding)는 이러한 '다정함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다정함의 과학'을 출간했다.
1978년 ‘사이언스지’에 특이한 토끼 실험 논문이 실렸다. 로버트 네렘 박사 연구팀은 토끼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했다. 몇 달 후, 모든 토끼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심장병 확률이 높아졌지만, 유독 한 무리의 토끼만 혈관에 쌓인 지방이 60%나 적었다. 변수를 확인한 결과 건강한 토끼들은 한 다정한 연구원이 돌봤던 토끼들이었다. 그는 토끼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말을 걸고, 쓰다듬으며 귀여워해 줬다.
컬럼비아 의대 켈리 하딩 교수는 ‘래빗 이펙트’와 ‘벨라와 데이지’의 임상에 주목해서 ‘다정함’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증명해냈다. 수천 건의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유대와 친절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놀라운 효력을 담은 책 ‘다정함의 과학’을 썼다.
“건강을 이해하려면 한 사람의 신체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봐야 해요. 인간관계, 직장, 집…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순간에 건강의 신호가 숨겨져 있습니다. 건강은 신체, 정신, 사회적 안녕의 통합적 상태입니다.”
“래빗 이펙트는 의사들이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걸 보여줬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생활 방식의 토끼에게 말을 걸고 안아주자 식단의 많은 부작용이 사라졌어요. 놀랍지 않나요? 저는 지난 몇 년간, 다정함이 우리 신체에 미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그 데이터는 정확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건강의 본질적인 요소는 의학 서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서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건강 문제의 본질이라는 거죠”
“좋은 의사만큼 좋은 상사를 만나는 건 정말 중요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사에게 지지를 받고, 일하는 동안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인정과 보상을 받는다고 느낄 때 면역시스템이 개선되고 질병 저항력이 커집니다. 얼마나 공정하고 따뜻한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개별 직원의 건강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존엄성이 침식당한다고 느낄 때죠.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도한 호르몬 작용으로 신체에 마모가 일어나고 염증이 촉진돼서 늙어 보이고 생활 습관이 나빠집니다. 번아웃은 심각한 문제예요.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일상적으로 독이 되는 환경은 위험해요.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더 높은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마음이 편안할 때 두뇌 피질 기능이 활성화되어 문제 해결에 몰입할 수 있어요.”
“포옹에 관한 데이터는 저도 놀랐어요! 감기 바이러스 노출 실험을 했을 때, 매일 포옹을 받은 사람들이 병에 걸릴 확률이 32% 낮아졌고 회복 속도도 빨랐습니다. 위안을 주는 모든 손길은 생명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친구가 어깨를 토닥여주는 행위부터 포옹, 악수, 마사지나 미용사의 헤어컷까지.
혼자 사는 사람에겐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대신하죠. 때론 무게감이 있는 묵직한 담요나 전기 마사지기 등도 도움이 됩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접촉이 제한되기 때문에 전화 통화나 공동 야외 활동이라도 하세요. 신체가 닿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뇌의 동기화’가 발생합니다. 여름밤의 반딧불이처럼, 같은 파장 안에 있게 되죠.”
“네. 그런 미스터리한 기적 앞에서 의사들은 한없이 겸허해집니다. 출산한 쌍둥이 중 엄마가 숨이 멈춘 한 아이를 안고 말을 걸었어요. 제이미라는 이름의 뜻을 설명해주고 지켜줘야 할 여동생이 있다고 말해줬죠. 그 순간 사망 판정을 받은 아이가 움직였고 살아났어요. 부모의 사랑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아이의 생명 활동에 영향을 미쳐요. 아이들과 나누는 신체 온기는 치유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네. 실험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글로 쓰는 것만으로 주관적 고통이 줄어들고 면역기능의 혈청 지표가 개선됐어요. 3일 동안 하루에 15분씩 글을 쓰는 것처럼 간단한 방법이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 놀랍죠?
글쓰기는 우리의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을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이라고 불러요. 그 경험 후 당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를 깨닫는 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 감사를 느끼고 타인과 가까워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다고 해요.”
“공감과 연민의 차이를 알아야 번아웃과 독이 되는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어요. 공감은 필터 없이 온전히 타인의 고통을 강렬하게 느끼는 것이고, 연민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완화해주려는 노력입니다.
공감은 힘을 주는 관계에서는 훌륭하지만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겨울 수 있죠. 그래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할 위험도 큽니다. 다행히도 연민은 지적 각성 능력입니다. 타인과 유대감을 느끼고 스트레스 경험으로부터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죠. 두 개의 감정은 다른 뇌를 사용합니다.”
“옥스퍼드대 진화심리학 교수인 로빈 던바의 연구에 따르면,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의 가까운 친구가 있을 때 건강을 위해 가장 좋지만, 당신을 지켜줄 단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동네에서 만나는 이웃과 나누는 눈인사 등의 미세 친절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모든 생명체는 잘 살기 위해 그 주변 환경을 잘 탐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에게는 그게 바로 사는 동네라고 했다.
“먼저 인사하고 미소를 짓고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는 미세 친절에는 위대한 힘이 있어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저도 얼마 전에 불행한 얼굴을 하고 걸어가는 한 여성에게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했더니, 그녀의 얼굴이 환해지고 제게 화답하더군요.
반대로 미세 공격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하버드대 정신과 의사인 체스터 피어스 박사는 출신이나 성별 등으로 일상적인 차별과 모욕을 오래 겪으면 서서히 난도질을 당해 죽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어요.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하는 사람들은 질병 발병률도 더 높았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다정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건강은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죠. 엄마가 아기를 안을 때, 형제·자매에게 전화를 걸 때, 친구들과 볼링을 칠 때도 존재해요. 건강의 파급 효과에서 사랑의 중요성만은 변하지 않죠.
무엇보다 뚜렷한 삶의 목적을 갖고 있을 때 심장마비, 뇌졸중, 치매 등 각종 사망 위험률이 감소해요. 저는 그 데이터를 확인한 후 왜 같은 진단을 받고도 어떤 환자들은 더 나은 생활을 하는지 이해했어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를 갖는 것은 우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째, 자신의 감정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세요.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동료나 이웃에게 “오늘 아침 기분이 어때요?”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저는 모든 회의나 수업을 시작할 때 5분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어봅니다.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흐름이 좋아지고 문제 해결의 열쇠가 생깁니다.'
두 번 째, 한숨 돌리세요. 대화에 참여하기 전에 10초라도 의도적으로 잠시 멈추고 천천히 말해보세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서두르지 않을 때 더 다정하고 덜 편향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세 번 째, 좋은 기분을 위해 좋은 일을 하세요.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일상적인 상호작용 언어에서 친절함을 보여주세요. 피곤할 때는 특히 실천하기 힘든 순간도 있죠. 그래도 나 자신에게 먼저 다정한 언어를 쓰는 훈련을 반복해서 시도해보길 권합니다.”
출처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좋은 의사보다 좋은 상사가 건강에 더 중요” 켈리 하딩 컬럼비아 의대 교수
多 많을 다 / 情 뜻 정
<참고한 페이지>
Behance - Joo. Carefree living
Building a family friendly city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좋은 의사보다 좋은 상사가 건강에 더 중요” 켈리 하딩 컬럼비아 의대 교수 <2022>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이수현(Lee Su-hyun)의 ′Happy Things′♩ <비긴어게인 코리아 8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