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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O 지나친 조각들 Jun 09. 2020

걱정 말아요 그대.

[프랑스 척척석사 생존기] 잘 살고 있다는 말은 나에게 외치는 주문이었다

11주가 지났다. 한 챕터를 마무리한 지.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형태를 가진 일상을 살게 된 지.


은유적인 표현으로 적은 "생존기"가 실제로 내가 "생존"하는 형태를 담을 줄이야. 잘 살고 있다고.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일상은 나와 함께 나로 물들였다. 하루 24시간은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내가 떠올리는 생각으로, 내가 내딛는 발걸음으로 채워졌다. 일을 하는 시간조차 나를 억지로 끌고 가지 않으면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혼자라는 걱정에 더 열심히 하루를 채워 넣었다. 운동, 독서, 글쓰기, 넷플릭스, 유튜브, 노래, 그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었고, 손에 잡히지 않아 넷플릭스만 틀어놓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꾸고 어제보다 하나 더 배워가는 오늘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혼자 있는 내가 안쓰럽다고. 어떻게 혼자 지내냐고. 슬프고 우울하지 않냐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자주 전화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전해받았다. 내가 원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상황에 맞춰 살아가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한 때 꿈꿔봤던 삶을 살고 있다. 해외에서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그렸던 적이 있다. 고요한 바닷가 앞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칵테일 한 잔 하면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그 모습. 바닷가 앞이 아닌 기찻길인 걸 빼면. 나름 비슷한 삶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고립되어야 하는 모습도 빼고. 생각만큼 환상적이지 않다. 수입이 많고 거주 형태가 다르고 사람들과 물리적인 소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다르겠지만. 이 형태는 내가 원하는 일상이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 나에게 이 형태를 환상으로 덮어보려는 시도였다. 실패다.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



무난하게 11주가 흘러왔다. 감정이 가지는 크기가 줄어들었다. 움직이는 폭이 줄었다. 몰려드는 슬픔도, 휘몰아치는 기쁨도 느껴지지 않는다.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꼈을 때. 착잡한 마음이 찾아왔을 때도 눈물 한 방울이 다였다. 오늘도 잘하고 있다고 잘 버티고 있다고 주문을 걸었다.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를 부르면서 목놓아 꺼이꺼이 울었다. 울면서도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다. 2달 동안 이렇게 운 적이 없었다. 무난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건 내가 느끼는 삶을 그려낸 말이 아니라 내가 만든 주문이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힘들었는데 괜찮은 척한 거구나.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우면서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두려웠다. 아프면 안 되고, 힘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에 걱정과 불안을 쌓아두고는 쳐다보지 않았다. 해결할 수 없기에. 새롭게 시도했던 일에 집중하고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려고 했다. 계속 운동을 하고 건강하게 먹고 산책도 하고. 아픈 곳은 따로 있는 데 다른 곳에만 채워 넣으려 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이라서 계속 한편에 쌓아만 두었다. 그게 쌓이고 쌓여 밖으로 터져 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눈물부터 쏟아졌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펑펑 울었다. 후련하다. 끝까지 감정들을 겪으며 얻는 게 또 있겠지. 이렇게 오늘도 새로운 나를 알아간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 김광섭, <걱정 말아요 그대>




[프랑스 척척석사 생존기]

https://brunch.co.kr/magazine/chuckchuck


*이전 글 :

https://brunch.co.kr/@jijo/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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