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턴 생존기] 인턴 4개월, 드디어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인턴 4개월, 출근 2주 차
첫 출근이었던 지난주 목요일이 지나고 이번 주는 월, 화, 수에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2번은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공고를 받았다. 우리 팀은 프랑스 + 미국 + 독일 센터가 같이 일하는 팀이고, 프랑스 내에서도 파리와 몽펠리에에 팀 연구소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에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할 일만 한다면야 굳이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 팀 주니어들은 협력 업체 소속인데, 아직 연구소로 출근할 수 없다. 다른 인턴 1명은 몽펠리에 연구소에 있고,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고 들었다. 20명 정도 되는 팀원들 중에 5명만 실물로 보았다. 아마 인턴이 끝날 때까지 거의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참 신기한 인턴 생활이다.
재택근무는 4월 말부터 계속했기에, 회사에 가고 싶었다.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원룸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리로 이사 온 이후에 첫 출근 날만을 기다렸다. 험난한 첫 출근 날이 지나고,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을 탔던 두 번째 출근 날도 지났다. 집에서 30분을 걸어 rer를 타고 5분을 가면 회사가 보인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은 rer역 쪽 입구 반대편에 있기에,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출근하는데 50분 정도를 걷는다.
건물 입구에서 손을 씻고 들어가면 가운데 커피머신이 있고 양 쪽으로 복도가 나누어진다. 우리 팀이 근무하는 공간은 모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다. 인턴인 나조차도 6개월이지만 개인 사무실을 쓴다. 문을 닫지 않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같이 가는 것, 커피 자판기 앞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 이외에는 굳이 마주칠 이유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출근하면 출근하는 거고 퇴근하면 퇴근하는 거고. 각자 공간이 확실하게 존재하기에 마음도 몸도 편하다.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생산 쪽 2명이 확진자이며, 해당 팀은 모두 검사 중이고 접촉자들은 출근하지 말라는 공고를 이메일로 받았다. 우리 팀 부서장은 확진자가 최소 8명이라고 말했다. 우리야 그저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데, 팀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해당 생산라인이 일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접촉자인지 어떻게 아냐면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온 사람이 지인에게 연락하는 방식이다. 접촉자보다는 지인이 양성반응이 나왔는데 연락을 받은 접촉자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역학 조사가 불가능한 환경이다.
프랑스 코로나 숫자 이야기
9월 10일. 하루에 9000명씩 확진자가 나온다. 물론 여름 바캉스를 떠났던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온 것도, 사람들이 파티를 다시 시작한 것도, 아직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요인이 된다. 몇 달 전에 비해 프랑스 검사 수가 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초반부터 한국에서 역학 조사를 하면서 전수 조사를 하고 하루에도 몇 만 건의 검사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랑은 비교할 수도 없다.
여기서는 숫자가 증가한 게 어떤 요인 때문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이 전에 1000명 이하로 나타났던 수치는 그저 우리가 볼 수 있었게 빙산의 일각 크기였기 때문이었다. 6월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었는지 혹은 요즘 급증한 것인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이미 병원은 3월부터 포화 상태였기에 입원한 사람들 숫자를 보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럼 사망자 수는? 사망자 수는 병원에서 사망해야만 집계가 된다. 코로나에 걸릴 경우 대부분의 경우 집에 있으라고 하며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어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숫자가 보여주는 건 그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살기를 바라는 경고이다.
석사를 같이한 친구들이 다양한 정부 부서에서 INSEE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내무부에서 범죄 통계 분석을 담당하는 친구가 며칠 전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프랑스 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 폭력 범죄 수가 최근 몇 년 간에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숫자 집계만 늘었을 뿐이지 범죄 자체가 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조금 더 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신고했기에 숫자가 늘어난 것일 뿐이다. 예전에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할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환경에 있었을 뿐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여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숫자가 담아내지 못하는 게 많기에. 통계란 그렇다.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으면, 그걸로 어떤 분석을 하든지 간에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방향이었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나타나는 통계 수치도 어떻게 집계되었는 가 혹은 샘플을 어떻게 추출했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숫자는 절대적이지 않다. 대신 숫자가 보여주는 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가정 폭력 범죄 수가 늘었다는 건, 사회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9000명 확진자 수는 더 조심해야 한다며 빨간 불을 내보낸다.
이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멍청해."라는 말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심각하고. "정부 때문이야."라고 하기에도 작은 규칙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한숨이 나오고. "당장 봉쇄령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기에도 경제적 상황이 심각하게 안 좋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넘어서자 손을 뗀 기분이다. 프랑스로 오기 전에 통계학을 할지, 바이오 통계를 할지, 금융 통계를 할지 세세한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을 시기에 epidemiology 쪽도 꿈꿨었기에 더 안타깝다.
오늘은 사무실로 출근했지만
당장 내일도 사무실에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프랑스 척척석사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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