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부쩍 대는 대낮에 어느 백화점 앞 공항버스 정류소에서 중년의 남성과 30대 여성이 헤어지지 못해 애처로워하면서 정겹고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 안고 손을 꼭 잡은 체 서로가 손을 놓지를 못하면서 뭔가를 달콤하게 속삭이고 있다.
그 옆 길을 지나는 행인들 눈에는 두 사람 행동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다정하고, 자연스러워 보여서 부러워하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또 행인들 중 어떤 이는 곁눈질로 힐끗힐끗 쳐다만 보면서도 남의 일이니 관심 없다는 듯 무심히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무슨 사연일까?"
혹여 우리가 상상하는 좋지 않은 관계는 아니겠지!~~ 오해 아닌 오해를 하면서 세상을 한탄하면서 마음속으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연인즉슨
두 사람은 정년을 지나 중소기업에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한 아빠와 딸로서 딸은 7년째 대기업에 재직 중에 있는데, 애지 중지 30여 년을 키운 외동딸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바삐 살다 보니 의무적으로 주어진 휴가마저도 시간을 내지 못해 5년마다 갈 수 있는 "안식년 휴가"라는 좋은 제도를 2년 동안이나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 휴가를 미루고 미루다가 2년 여가 지나버린 7년 차인 금년 에서야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떠 밀리 듯 강압에 의해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서 더 큰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향한 큰 꿈과 용기를 가슴에 품고 오고자 커다란 세계가 펼쳐 저 있는 미국으로 휴식 겸 안식년 휴가를 떠나는 중이란다.
그런 딸을 배웅 나온 아빠는 중소기업 한 곳에서만
평생을 바쳐 일을 하다가, 무심히 훌쩍 흘러가 버린 시간만은 거스르지 못하고 나이가 법적으로 정해진 만월이 되는 바람에 정년을 마치고 퇴직을 했기에,
대기업의 복지제도가 뭐가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했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디에 물어볼 수도 알아볼 수도 없어서 참으로 답답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자식 두 명이 모두 잘 자라서 대기업에 입사를 했기에, 두 자식들의 회사생활과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토록 궁금해했던 대기업의 복리제도에 대해서 하나하나 조금씩 이해가 되면서 풀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이번 딸의 휴가 일정을 보면서 본인이 살아온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을 더듬어 보게 되었는데 시대 상황상 다를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의 복지제도와 시대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기업의 복지제도와는 너무나 멀고도 먼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본인이 과거에 누리지 못한 것들이 후회스럽기도 아쉽기도 하지만, 대신 지금에 와서 자식들이 더 줗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감사하기도 하단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는 본인이 누리지 못함이 아쉽기도 하고 자식들이 누리는 삶이 한편 으로는 부럽기도 하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어느 부모를 막론하고 자식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본인들이 잘되고 좋은 것들을 보고 먹고,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것 보다도, 자식들이 그런 삶을 영유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어느 누구 보다도 더 많이 몇천만 배나 기뻐하고 행복 해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은 아마도 부모들의 그런 시리고 아프면서도 행복해하는 마음을, 자신들 본인이 부모의 위치가 되어서 자기 자식들을 키우면서 몸으로 체득하기 전까지는 당연코 본인 부모들이 아픔도 슬픔도 안 고 살아왔다는 것을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부모들은 자식들이 알아주거나, 고마워하 거나, 보답해 주지 않아도, 그 어떠한 물질적인 대 가를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것은 자명하다.
부모들은 항상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본인들 일 보다는 자식들을 먼저 일등으로 가슴속에 깊게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기에, 그 어떤 피치 못할 일이 발생한다 해도 언제나 똑같은 말과 행동으로 자신 들은 "아무렇지 않다, 상관없다, 괜찮다"라고만 입으로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부모도 한 사람의 인격체이며 인간인지라
안 그런다 괜찮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작은 구멍 어딘가에는 서한함, 아쉬움, 허전함, 쓸쓸함 등등이
조금 아주 조금씩은 남아 가슴속을 헤집어 놓을 때도 있다.
지금 인파가 붐비는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전파하고 있는 부녀 사이에도 아마 그러한 부분까지 모두 흡수하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들 모두 부모와 자식 누구나 각자의 생각이 있는 인격체이기에 아마도 짐작건대 당신들의 부모님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된다.
두 사람 보아도 어젯밤에 여행짐을 싸고 있는 딸에게 조용히 아빠가 다가가더니 아빠로서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아무도 모르게 며칠전 부터 미국에는 가 보지 않아서 거기에 대한 아무런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 가면서 뭘로 도움을 줄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본인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혹시라도 애지중지 아까운 딸이 여행 중에 감기라도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아무튼 무탈 여행을 소원하고 또 소원면서 대충 말로만 듣던 여행코스를 더듬어 보면서 하나하나 준비한 두통약, 소화제 코감기약, 목감기약, 종합 감기약은 물론이고, 익히 사랑하는 딸레미가 단 한 번도 말한적 없지만 짐작으로 알고 있는 특정 브랜드의 알레르기약까지 기억을 더듬어 꼼꼼히 구비했고, 혹여나 여러 지역을 이동중에 여기저기 케리어 속에서 방황하고 헤매다가 흩어 저서 잃어 버리거나, 찾지 못해 필요할 때 먹지 못해 고생 하 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한 마음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큼지막한 비닐봉지에 빨간 매직으로 커다 랗게 "상비약"이라고 적어서 슬그머니 밀어 주었 다.
그 꼼꼼하고 자상한 아빠의 맘을 헤아리지 못한 딸은 "안 가져간다고" 큰소리로 퉁명스럽게 신경 질을 부리며 손으로 밀치며 내 팽개 치는 딸의 행 동을 보면서 중년의 아빠는 혼자 마음속 깊은 골자 기 까지 타들어 가는 아픔과 서운함을 느꼈지만 그 어디에 하소연 한마디 못했고, 혼자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짐하는 건 "알았어" "이제는 나도 아무것 도 안 해 준다"라고 몇 번이나 맹세하고 다짐을 했 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은 언제 그런 마음속 다짐과 맹세를 했냐는 듯
딸의 여행 케리어가 크고 양이 많기에, 혼자서 들고 가다 고생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고 그리 멀 지도 않은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직접 케리어를 들 고서 배웅까지 나오고 말았다.
게다가 몇 개월 몇 년짜리 유학이나 이민도 아니고
단 며칠 9박 10일 정도의 여행 아니 안식년 휴가를 떠나는 성인이 된 지 오래된 딸을 지금이 5~60년 대처럼 통신시설이 없어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아니 고 지금은 언제 어디서라도 영상 통화가 가능한 21 세기 시대 이건 만 그 며칠 보지 못한다는 것이 그렇 게도 아쉬워서 헤어지질 못하고 몇 번씩이나 어깨를 다독이면서 조금이라도 더 곁에 머물러 있고 싶어 서로가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훌쩍 떠나는 딸이 올라탄 버스가 지하도를 지나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빠는 자기 들이 예전에 고향을 방문했다 돌아올 때마다, 연로하여 잘 걷지도 못하시면서 마을 어귀 마을회관 앞까지 어렵게 걸어서 따라 나와서 오늘따라 무심하 게도 빠른 속도로 떠나 버리는 차량의 뒷모습만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건너편 마을을 훌쩍 지나서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계시던 본인의 부모님들 보다도 더욱더 애절하고 안 쓰러워 하고 서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가 공항버스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때서야 비로소 집을 향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바라는 건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무사하게 잘 다녀오기만을 바랐다."
헤어짐이 아쉬운 마음은 버스에 타고 떠나고 있는 딸도 같은 마음이었기를...
서로가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수 없이 속삭이고 있을 "빠이빠이" 하고 "손을 흔들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 아직도 제 눈에서 선하게 아른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