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근무일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향해서 벌써 150여 일째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는 단골식당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햇빛을 많이 받는 날에는 채 썬 파란 오이줄기와 얼음 스퀘어 3~4개가 시원하게 둥둥 터서 여기저기 콩국물 흐름 따라 떠돌아다니는 "콩국수"가 최고이기에 난 이미 10여 일째 먹고 질리지도 않고 맛있게 먹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언제나 내 지정자리인 듯 정해놓고 먹고 있던 안락한 자리에 젊은 아주머니와 8 순은 넘었음직한 할머님이 앉아서 특별히 의미 있는 날인 듯 점심인데도 삼겹살을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어머님 이것도 좀 드세요"
하면서 먹음직스러운 삼겹살 한 점을 할머님 접시 위에 슬그머니 놓아주기도 하고,
"다른 형님들은 다 잘 계세요"
라고 가족들 근황까지 물으며 대화를 진행하는 걸 보니 딸은 아니고 며느리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아들도 아닌 젊은 며느리 혼자서 연로하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나와서 점심대접을 하고 있고, 가족들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며 다정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요즘 젊은 며느리들 행동과는 다르게 보이며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고 착해 보이기도 하고, 가정교육을 잘 받았나, 인성교육을 잘 받았나!!!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제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맘속으로는 도리를 다 해야 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정작 홀로 외롭게 떨어져 계시는 어머님을 위해 어떠한 도리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맘이 씁쓸하기만 하다.
또한 앞으로는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드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질문을 해보면 지금의 나의 행동, 모습은 온통 아쉬움과 죄책감 말고는 남는 것이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의 도리를
다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60여 년의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는 어떻고,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시원하고 걸쭉한 검정콩국수 가닥을 입속으로 밀어 넣는 순간순간 마다 생각에 생각을 떠올리면서 되짚어 보게 된다.
# 그리 거창한 문제도 아닌 모든 일처리에서 내 감정을
먼저 앞세웠던 건 아닌지?
# 아무리 상대방이 큰 실수를 했을지라도 내가 조금만
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용서할 수는 없었는지?
# 어젠가부터 연락이 없어졌고, 이제는 멀어져 가버린
많은 사람들에게도, 설령 내가 모르고 있는 실수를
해서 그런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고, 먼저 따사로운
손길을 뻗어 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
#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서 얼굴 윤곽 기억조차
어눌해진 그리운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 한 통을
먼저 지는 못하고 있는지?
# 어찌어찌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의 금전적인 온정을 베풀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버려 연로해지면서
자기주장과 고집만 남아 있는 부모님께도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열고 대할 수는 없었는지?
# 언제나 한결 같이 내 곁을 맴도시다 기회조차 주지
않고 떠나버린 사랑하는 분들께 살아 계실 때
어렵더라도 한 번 더 가까이 찾아 뵐 수는 없었는지?
등등
더 많고 셀 수 없이 많은 후회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미 물 흐르듯 세월이 지나가 버리고 난 지금에 와서 보면,
얼마나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왜 어떻게 그랬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리고 사과와 용서를 할 용기조차 나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혼자만의 괴리에 사로 잡혀 외로움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다.
노쇠하신 몸이 되셨고 기억력조차도 온전치 못해 그저 본인의 기억에 메모된 자식들만이 최고이고, 수많은 세월 동안 물심양면으로 희생했던 자식들은 나 몰라라 하며, 내가 알바 아니라는 모습으로 기억조차 못 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자행되었던 잘못들 마저 기억 속 저 멀리에 꼭꼭 숨겨 버리고 꺼내는 것조차 잊어버리셨고,
이제는 현실적인 눈앞에 보이는 작고 초라한 금전만이 자신을 위한 최고의 보물로만 여기고 계시는 분을 야속하다며 맘 편히 안부전화 한번 드리지 않고 있는 자신의 현실 앞에,
본인의 그 알양한 자존심만을 지키겠다고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진실된 행동마저도 억누르며 지내 있고, 자기 혼자서 가슴속 눈물만 하염없이 펑펑 흘리며 아파하는 바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인지하게 된다.
옆테이블의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면서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 삶, 그 자체는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을 평범한 일상이건만...
여러분들도 혹여 본인처럼 바보 같이 후회할 일은 없었는지 또한 자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기 주변부터 한번 되돌아보시고 후회 없이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 하는 아름다운 삶을 행복하게 영유하시기 바랍니다.